과거의 기억은 어떻게 미래가 될까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7.06.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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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뇌과학과 철학으로 보는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과거의 기억은 어떻게 미래가 될까


매일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출퇴근길. 세월호 천막을 지날 때면 마음이 늘 무겁고 죄스럽다. 아침에 딸아이를 혼내기라도 한 날이면 분향소 영정사진 앞을 지나며 눈물마저 울컥한다. 3년간 그랬다.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세월호'라는 단어는 당시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고통과 슬픔을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새겨놓았다. '기억의 힘'이다.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문예출판사 펴냄)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억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알기쉽게 설명한다. 신경생물학자(한나 모니어)와 철학자(마르틴 게스만), 저자들 스스로 새와 물고기의 동거에 비유할 정도로 어려운 결합이 만들어낸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기억을 그저 서랍 속에 넣어두고 가끔 꺼내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항상 새롭게 재처리해 미래를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제껏 과소평가됐던 기억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기억에 따르는 논리는 앞을 내다본다는 저자들은 기억에 대한 이해를 철저히 뒤집어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달로 각종 기억 보조 장치들이 등장한 지금 우리의 기억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내비게이션을 켠 운전자들은 더 이상 길을 외울 필요가 없다. A에서 B로 가능 방법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B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할 지가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백과사전을 볼 수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지식의 수집이 아니라 지식을 해석하는 힘이다.



뇌가 사멸한 뒤에도 우리의 기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에 주목한다. 한 개인의 기억이 다른 개인의 기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혹시 개인들의 기억이 하나로 결합되는 것이 아닌지 연구하고 이런 결합이 일어난다면 개인의 기억은 한차원 높은 포괄적 연결망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월호 사건, 9·11테러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지 않아도 기억하는 광경과 고통, 슬픔과 같은 집단기억이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흔적을 남기는 이유다.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 전대호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312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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