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은 지난해에 출연했던 MBC ‘라디오스타’에서 채권자들과 너무 친해서 단체 채팅방이라도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모든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미우새’에서 이상민은 한 채권자에게 “진짜 지긋지긋하지 않냐”고 자조하듯 묻는다. 그는 토크쇼와 모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가 희화화되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반대로 불현듯 어두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동안 이상민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프로그램도 대부분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놓인 쇼였다. 이상민은 tvN ‘더 지니어스’에서 사업에 크게 실패한 이후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듯 게임에 매달리는 악독한 승부사였고, 결국 악착같이 우승했다. Mnet ‘음악의 신 2’에서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허세가 심한 기획사 사장으로, 채권자에게 쫓기는 처량한 신세를 연기했다. 암담한 상황에 놓인 거액 채무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만의 시놉시스가 완성됐고, 덕분에 승부사든 마음 짠한 기획사 사장이든 간에 어떤 캐릭터에서도 마음껏 자기 자신을 내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채권자가 자신의 집을 빌려주거나, 이상민이 아끼는 비싼 옷이나 신발을 채무에서 제외해주는 건 그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호의다. “국민 모금이라도 하고 싶다”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것도 그가 유명한 연예인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실제 현실에서 69억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미우새’ 곽승영 PD는 이상민에 대해 “방송을 해서 돈을 갚기 시작한 건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중략) 방송에도 나왔지만, 돈이 생기면 최소한만 남기고 빚을 계속 갚았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하다(OSEN)”고 말한다. 그러나 이상민이 계속 빚을 갚을 수 있는 이유도 그가 ‘미우새’와 같은 지상파의 인기 프로그램에 섭외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팔 수 있다. 그럴수록 인기는 올라가고 방송 출연 제의는 계속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상민이 “양말은 100원짜리를 산다. 지금 신고 있는 건 350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가 누리는 혜택이기도 하다. ‘미우새’를 보다 보면 이상민을 응원하게 되면서도, 종종 멈칫거리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