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올해 스팩 합병상장을 완료한 기업 중 지난 12일 코스닥에 상장한 넷게임즈 (13,780원 ▼90 -0.65%) 주가가 급락해 합병 기준주가 아래로 떨어졌다. 드림시큐리티 (3,655원 0.00%), 씨아이에스 (12,980원 ▼180 -1.37%), 켐온 (2,170원 ▼40 -1.81%)도 합병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 중이다. 특히 켐온은 합병상장 이후 2달여 만에 20%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스팩 합병상장을 준비 중인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사 알에프에이치아이씨의 경우 엔에이치스팩8호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1대 8.719로 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39.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중소 제조회사의 평균 PER이 10~20배 수준이고, 동종업계 평균 PER이 약 14배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올해 스팩 합병상장을 완료한 기업 중 합병비율에 따른 상장 뒤 시가총액과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기준 PER을 보면 씨아이에스가 약 61배, 모비스가 약 78배, 켐온이 약 73배, 우정비에스씨가 약 35배다.
물론 PER이 기업가치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산가치나 성장성 등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더 적합한 업종도 있다. 그렇지만 회사 수익성이나 이익 규모를 완전히 배제한 기업가치 책정은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PER 60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책정한 씨아이에스와 켐온은 상장 이후 기준주가보다 하락했다. 반면 올해 스팩 합병상장 최고 수익률을 기록중인 토박스코리아 (3,650원 ▼15 -0.41%)는 합병비율 기준 PER이 13배로 평균 수준에서 기업가치가 책정됐다. 또 와이아이케이 (7,500원 0.00%)(약 14배), 한강인터트레이드 (765원 ▼102 -11.76%)(약 13배), 이노인스트루먼트 (811원 ▲1 +0.12%)(약 9배) 등 비교적 합리적인 기업가치를 평가한 기업은 합병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합병 기준주가대비 현재 주가 상승률은 토박스코리아 125%, 한강인터트레이드 49%, 와이아이케이 63%, 이노인스트루먼트 46%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스팩 합병상장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투자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묻지마 투자는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며 "스팩 합병상장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 평가가 보다 자유롭고 정보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피합병법인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