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국정기획위의 한달, 무엇을 남겼나

머니투데이 이재원 정진우 정혜윤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06.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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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일자리 정부' 첨병 vs '의욕 과잉' 2진…국정기획위를 보는 엇갈린 시선



# "국세청과 세정당국이 종교인 과세에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내놨다. 이미 2년 유예된 상태인 종교인 과세를 유예한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 발표에 청와대는 "조율을 통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당혹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이 당론과 무관하게 의견을 피력해 혼선이 생긴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미래부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 최민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은 지난 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신비 인하 대책과 관련, 미래부의 이행의지가 없다"는 이유였다. 다음날 국정기획위는 이에 대해 분과위원장 등과 협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지만, 국정기획위 안팎에서는 최 위원의 '돌발행동'이라는 말이 돌았다.

출범 5주차에 접어든 국정기획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국정기획위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라는 '태생적 한계' 속에서 국정과제 확정에 기여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 조급함과 전문성 부족으로 혼란을 야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별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전반적인 로드맵 작성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나무'에 집착하다가 '숲'을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정위는 최종 활동 보고서를 이번주 후반 발표한다.



[런치리포트]국정기획위의 한달, 무엇을 남겼나


◇ 태생적 한계 극복하고 '일자리 정부' 힘 싣기 1등공신 =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았다. ‘5년 로드맵 작성’이 과제였다.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201개의 문 대통령 공약을 100여개로 추리는 작업도 국정기획위의 몫이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당선 즉시 출범한 청와대가 인사권을 쥐고 각 부처 장·차관 인선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각 부처들은 국정과제에 대한 의견 개진에 소극적이었다. 김진표 위원장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각 부처가 대통령 공약만 베끼고, 기존 정책 표지갈이만 한다"고 비판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인수위 규모도 역대 최소 규모다. 현재 국정기획위는 30명의 자문위원, 65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됐다.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는 246명,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는 183명이었다. "현안을 살피는 것 만으로도 벅차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전문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비교적 명확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인 '변화', '개혁', '소득주도 성장' 등을 국민과 정부부처에 제대로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문 대통령의 키워드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첨병 역할을 자처했다. 기재부 업무보고에서부터 6월 일자리 추경안을 신속하게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자 대변인과 위원장이 위원장까지 "편협한 발상"이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문 정부의 '철학'을 각 부처에 확실히 심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모든 공무원에 문 정부 철학을 심겠다"고 했던 김 위원장도 지난 제4차 전체회의에서 "정부 고위공무원 이상의 분들은 이제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과 관련한 끝장토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과 관련한 끝장토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예비 내각설'에 마음 바빠진 국정기획위…'나무' 보다가 '숲' 놓쳤나 =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국정기획위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위원들의 '의욕 과잉'이 돌발행동으로 이어졌고, 국정과제 확정에 오히려 혼란을 줬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최 위원의 미래부 보고 보이콧, 김 위원장의 종교인 과세 유예 발언 등이 그 예다.

한 민주당 3선 의원은 "국정기획위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무리해서 성과를 내려고 하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고 국정기획위의 '오버페이스'를 경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돌발행동의 이유로 '예비 내각설'을 든다. 역대 정권은 국정 연속성 등을 이유로 정부 공식출범 후 인수위 인사를 주로 내각에 중용해온 만큼 국정기획위 참여 인사들의 내각 발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내각 구성이 거의 마무리된 19일 현재 국정기획위 출신 장관은 김은경 사회분과위원 1명 뿐이다.

'2기 내각설'도 분과위원들을 자극했다. 국정기획위에 대선 기간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힘을 보탰다. 1기 내각에서 당장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을 발탁하기 어려우니,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꾸릴 2기 내각 인재풀을 미리 꾸린다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당 안팎에서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봤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정기획위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함께했던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자리를 주고 자신을 도와달라는 의미"라며 "추후 내각 구성을 위한 인재풀 등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별 과제에 집착하다가 전체 국정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국정기획위의 본문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통신비 인하 문제다. 전문가들은 국정기획위가 '통신비인하'에 매몰돼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 분야에 대한 과제 선정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산업정책과 혁신생태계 전반을 보면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이 나와야하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단 얘기다.

한 국책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부처가 매달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야 살아남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5년 계획을 짜는 국정기획위에서 이런 전략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없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900개 공약 '소득주도 성장' 중심 10개로 추린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번주 후반 문재인 정부 5개년 국정방향이 될 '5대 비전,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발표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큰 골격이다. 여기엔 '4대 복합혁신 과제'가 들어간다. 새 정부의 국정비전을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과제들로 △불평등 완화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 △교육·노동·복지체계 혁신으로 인구절벽 해소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이다.

예산과 조직, 인력 등 정책집행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아울러 여러 부처가 연관된 대형 복합과제들이 선정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별도의 추진 조직을 구성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추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 모태는 과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직후 취임한 탓에 인수위를 둘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설치했다. 국정위의 바이블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나라를 나라답게’다.

총 387페이지 분량의 이 책자엔 ‘4대 비전, 12대 약속’이란 제목으로 201개 공약, 892개 세부 공약이 들어있다. 국정기획위 6개 분과(기획, 경제1, 경제2, 사회, 정치행정, 외교안보)가 지난달 22일 출범과 동시에 이들 공약을 면밀히 살폈다. 국정기획위는 이를 토대로 5개년 계획서를 만들고 있다. 또 모든 부처가 달라붙어서 해결해야할 10대 중점 국정운영 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이들 과제는 '5대 비전, 20대 전략, 100대 과제’ 축약판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며 “큰 주제별로 그룹핑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그 많은 공약을 국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점 국정운영 과제엔 우선 일자리창출과 4차 산업혁명, 저출산 해결 등 3가지가 들어갔다. 여기에 △권력 기관 개혁 △경제 민주주의 △주거 문제 해소 △교육 국가 책임 강화 △책임 국방 △재해·재난 예방 △지방분권 강화 등이 추가될 전망이다.

이들 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일자리 창출이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고, 늘어난 가계소득을 통해 소비를 증대시키고 내수 확대로 견실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핵심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통신비 인하' 등은 국정기획위가 대표 선수로 내세우는 카드다.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란 이유에서다. 국정기획위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통신비인하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구체적인 안을 짜고 있다.


박 대변인은 "소득주도 성장은 일자리가 우선이지만, 부담을 낮춰주는 취지"라며 "통신비, 교육비, 주거비 등 실질적으로 드는 생활비용을 줄여나가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좀 더 구체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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