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커뮤니티' 뭐기에…인천여아살해사건 재조명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7.06.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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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김양이 지난 3월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2017.3.31/사진=뉴스1피의자 김양이 지난 3월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2017.3.31/사진=뉴스1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지난 3월 발생한 인천 여아 살해사건을 다룬 가운데 방송에 등장한 '캐릭터 커뮤니티'가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인천 여아 살인 사건을 다루며, '비밀친구와 살인 시나리오'라는 부제로 사건을 조명했다.



사건의 피의자인 김양은 8세 여자를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했지만 정신병(조현병)으로 인한 범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범행 전 초등학생 하교 시간을 파악했고, 사체를 훼손·유기하는데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은 점 등으로 보아 계획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양은 시신을 옥상 물탱크에 유기했는데, 이 사건 현장을 살피던 프로파일러도 "계단을 통해 올라가본 사람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전혀 알 수 없는 장소"라며 "이미 가해자에게 시체 처리를 한 다음 유기 장소로 생각해 놓은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에 나온 범죄 심리학자도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범죄 패턴과 다르다"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행위를 시신 유기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후반에서는 김양이 시신을 유기하고 바로 만난 두 살 많은 친구 박양과의 관계와 그들이 만나게 된 캐릭터 커뮤니티를 집중 조명했다. 박양은 김양이 살인을 저질렀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삭제됐던 통화 기록 복원을 통해 김양이 시신 일부를 박양에게 선물로 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양은 단순한 선물인 줄 알았다고 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버렸다는 점 때문에 시체 유기 및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박양은 김씨와 만난 온라인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나누던 이야기처럼 모두 장난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네티즌이 캐릭터를 만들어 상황극 놀이를 하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들을 하며 대리만족을 하는 집합체다. 일명 '자캐'라 불리며 어릴 적 인형놀이를 온라인으로 가져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등 기존 '세계관'에서 역할을 정하거나 자신만의 '세계관' 속 캐릭터들을 설정해 소설처럼 만들기도 한다. 관리자가 세계관 콘셉트를 정해 주면 유저들이 그 속의 캐릭터를 하나씩 맡아 신청하고 관리자가 배정해주는 식이다. 이 중 시리어스 커뮤니티는 잔인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곳에서 김 양은 놀이를 넘어 이 곳에 굉장히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캐릭터 커뮤니티를 했던 여성은 "그림을 그리는 툴이 있는데 우리들끼리 만든 캐릭터들끼리 모아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간의 제약이 없는 역할극을 하는 채팅"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한 제보자는 김양의 캐릭터를 공개하며 김양이 캐릭터 커뮤니티에 지나치게 몰두했으며, 수위가 높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캐릭터 커뮤니티 이용자는 김양이 문자에 답장을 해주지 않자 욕설을 하기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날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김양이 캐릭터 커뮤니티를 이용한 사실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았지만, 사회의 관심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에 출연한 표창원은 "캐릭터 커뮤니티, 고어물이 이 사건에 불을 당긴 역할이 될 수 있지만 사회관계가 충실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커뮤니티만이 이 사건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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