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주주행동주의 공모펀드를 기다리며

주주행동주의 펀드 출시 기대감 '물씬'...투자 대상 종목의 조건은

"주주행동주의 펀드 고민 안 해본 것 아니죠.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관이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돈을 넣어줄까요?"

오랜 기간 주주행동주의 펀드 출시를 고민한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으로 주식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 '행동주의 펀드 1호'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물론 전문투자형사모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의 라임데모크라시가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라 투자금액과 투자자 수에 제한이 커, 의미있는 주주행동주의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운용사 '고심'=주주행동주의 펀드는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출시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겨냥해 출시되는 것인데 지배구조 개편 대상인 대기업 계열사에서 그런 펀드를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또 펀드가 출시되더라도 대기업 계열 증권, 보험, 법인 등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독립계 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출시돼야 하고, 기존에 맡긴 자금을 빼앗길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 자금도 개인, 연기금·공제회 정도에 의존해야 한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의 펀드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 2008년 금융위기와 이후 계속된 박스권 장세를 겪으며 주식형 펀드로 돈을 벌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출시돼도 개인 자금이 유입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결국 기댈 곳은 연기금·공제회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2006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출시한 곳도 외국계인 라자드자산운용이었다.

하지만 2017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2006년 당시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은 2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 전후다.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50%를 상회하는 대기업도 다수다. 문재인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도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전망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매수할 후보 종목은?=주식시장에서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려고 노력하는 투자자들은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출시될 경우, 매수할 종목에 대한 고민을 이미 시작했을 것이다.

16일 대신증권은 2006년 출시된 라자드 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매수했던 종목을 분석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매수할 만한 기업을 제시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의결권을 행사해 자산매각을 유도,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크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주주제안 통과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제시했다.



이 조건에 따라 1)시가총액 대비 유휴자산 비중이 30% 이상 2)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하 3)2015년 이후 2년 연속 순이익 흑자 4)2016년 ROE 8% 이하, 5)최대주주지분율 20% 이하 또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골랐다. 그 결과 동국제강 티엘아이 메가스터디 오스템 탑엔지니어링 대림산업 삼영엠텍 와이비로드 국도화학 현대백화점 신세계 LF 현대건설 이 꼽혔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은 글로벌 대비 낮은 ROE와 PBR(주가순자산비율)로 자본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향상을 원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새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고려할 때 한국 주식시장에 행동주의 펀드 돌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0.18포인트(0.01%) 오른 2361.83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150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512억원, 487억원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