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인니서 순익 2년새 2배..현지화·리테일로 승부

머니투데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학렬 기자 2017.06.15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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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코리아 2017 ⑤-1] 120위권 은행 인수해 10년만에 30위로 성장…현지화·소매금융 강화 덕분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경험이 쌓이며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무조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사 역량과 현지시장 여건을 꼼꼼히 따져 돈을 벌 수 있는 지역을 선별해 집중한다. 현지 금융회사들도 점점 규모를 키우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개발도상국이라고 쉽게 해외 진출을 결정해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판단이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현지 금융회사와 경쟁한다는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는 해외 진출 현장을 찾아 금융한류를 확대하는 모습을 생생히 전달한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 /사진제공=KEB하나은행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 /사진제공=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빈탕 마능갈은행의 창업자 밤방 세띠조는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뱅크KEB하나를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자신이 만든 은행이 인도네시아 30위권 은행으로 성장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지만 자신이 가진 지분을 너무 일찍 팔았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세띠조는 2007년 KEB하나은행(옛 하나은행)에 지분 60% 정도를 넘기고 2012년 지분 1.48%를 넘겼는데 소수 지분을 넘겼을 때 더 많은 돈을 받았다. 세띠조가 2012년에 팔았던 지분도 지금 매각하면 몇 배는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PT뱅크KEB하나는 옛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뱅크하나와 옛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뱅크KEB인도네시아가 2014년 합병해 탄생했다. 옛 하나은행은 2007년 현지은행인 빈탕 마능갈은행을 인수해 이름을 PT뱅크하나로 바꿨고 옛 외환은행은 1990년에 PT뱅크KEB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KEB하나은행 인니서 순익 2년새 2배..현지화·리테일로 승부
◇2007년 현지 은행 인수 후 순이익 200배 급증=지난해 PT뱅크KEB하나의 순이익은 6430억루피아(약 547억원)로 전년대비 43.1% 급증했다. 2014년 합병 당시 2700억루피아의 2배가 넘는다. 옛 하나은행에 인수됐던 2007년 PT뱅크하나만의 순이익은 30억루피아에 불과했다. 세띠조가 회사를 넘겼을 때보다 순이익이 200배 이상 급증했으니 세띠조의 지분가치도 그만큼 뛴 것이다.



PT뱅크KEB하나의 성장은 총자산과 대출 증가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PT뱅크KEB하나의 총자산은 34조7250억루피아로 전년보다 21.9% 늘었다. 2014년에는 22조800억루피아, 2007년에는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총자산을 단순히 합쳐도 3조루피아가 되지 않았다. 대출금액은 합병한 2014년 15조60억루피아에서 지난해 26조3430억루피아로 급증했다.

급격한 성장으로 PT뱅크KEB하나는 지난 4월부터 'BUKU3' 은행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기본자본(Tier1) 규모에 따라 120여개 은행을 BUKU1~4로 분류하는데 BUKU4에 해당하는 은행이 가장 규모가 크고 우량하다. PT뱅크KEB하나가 속한 BUKU3에는 기본자본이 5조~30조루피아인 은행이 속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BUKU4에 들어가는 은행은 하나도 없고 BUKU3에도 PT뱅크KEB하나만 유일하게 포함된다.

박종진 PT뱅크KEB하나 부행장은 "지난해 예상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둬 BUKU3 진입이 빨라졌다"며 "그만큼 규제가 강화되지만 다양한 영업과 대규모 대출이 가능해져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PT뱅크KEB하나는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성공사례 중에서도 돋보인다. PT뱅크KEB하나의 지난해 원화기준 순이익은 571억원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법인 중 가장 많았다.

◇성장 비결은 현지화와 소매금융=PT뱅크KEB하나의 성공은 철저한 현지화와 소매금융(리테일) 덕분이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자마자 현지화에 집중했다. KEB하나은행보다 앞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다른 국내 은행들은 현지법인을 새로 만들어 주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했다. 반면 옛 하나은행은 2007년에 현지 은행을 인수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인수 당시 자산 규모는 인도네시아에서 120위권에 불과했지만 현지 은행인 만큼 고객은 모두 인도네시아 현지인이었다.

PT뱅크KEB하나는 인수 이후에도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이 한국에서 대출심사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PT뱅크KEB하나는 현지 심사제도를 운영했다. 다른 국내 은행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현지 기업에 대출하기를 꺼렸지만 KEB하나은행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섰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자 성장세가 가팔랐다. 2007년 옛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대출금액은 1490억루피아로 옛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대출금액 1조3700억루피아보다 적었다. 하지만 현지화에 집중하면서 4년만인 2011년에 옛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대출금액은 2조3550억루피아로 옛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1조9850억루피아보다 많아졌다.

PT뱅크KEB하나의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다른 은행들도 현지 은행을 인수해 현지인 대상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5년에 현지은행인 소다라은행을 M&A(인수·합병)했고 신한은행은 현지은행 2곳을 인수, 합병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화수 PT뱅크KEB하나 은행장은 "한국 기업만 상대로 영업하면 은행은 한국 기업의 규모 이상으로 커질 수 없다"며 "옛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자산이 5년간 2배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현지화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롯데쇼핑 애비뉴<br>
 지점에서 볼 수 있는 '5분 거래' 배너. / 사진=이학렬 기자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롯데쇼핑 애비뉴
지점에서 볼 수 있는 '5분 거래' 배너. / 사진=이학렬 기자
PT뱅크KEB하나는 소매금융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 인수 당시 지점은 4개 불과했지만 바로 12개의 지점을 새로 열었다. 2014년 합병을 통해 40개의 지점을 확보했지만 이후에도 지점 확대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 1분기에 이미 2곳에 지점을 더 열었고 조만간 2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올해 KEB하나은행 해외법인 중 지점을 늘리는 곳은 PT뱅크KEB하나가 유일하다.

PT뱅크KEB하나는 현지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PT뱅크KEB하나 지점에서는 '5분 거래'라는 배너를 쉽게 볼 수 있다. 입금, 인출, 계좌이체 등 5가지 거래를 5분 이내에 처리해준다는 의미다. PT뱅크KEB하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데 보통 수십분이 걸린다"며 "5분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IT(정보기술) 시스템을 개선했고 직원 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겨진 달러를 환전해도 환율 손해가 없다는 점도 PT뱅크KEB하나만의 특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구겨지거나 글이 적혀있는 달러를 환전하면 낮은 환율을 적용하거나 아예 환전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PT뱅크KEB하나에는 이같은 벌칙이 없다. PT뱅크KEB하나의 이 행장은 "'가장 고객 친화적인 인도네시아 은행'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올해 고객수를 20만명으로 늘리고 2020년에는 10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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