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거대한 규제가 아니라도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를 푸는 것이 기업에 더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법에 하라고 돼 있는 것만 가능한 우리나라에서는 법이나 제도를 고쳐서 판을 깔아주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없다.
저성장기에 기업투자가 예전에 비해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국내에 공장이나 점포를 지어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늘 수 있어서다.
저성장기에 민간주도의 성장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일리 있는 선택이다. 소방관, 사회복지사 등 공적 사회직종은 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세수상황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침체된 성장과 고용목표를 하나의 이론에 의지해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나랏돈은 양면성이 있다. 적자재정을 감수하면 나랏빚이 늘고 다른 데 쓸 돈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걷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소득과 소비가 관계가 있지만 내수 소비가 투자를 촉진할 정도로 왕성하게 살아날지는 점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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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는 정부가 돈들이지 않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와 관련 이번에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에 기용된 것은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 예산관료로 잔뼈가 굵은 그는 전임 정권들에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천착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대기업 특혜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특화된 전략산업을 지정하고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으로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조차 후보시절 '대기업 청부입법'이라는 시각에서 반대했던 법이다.
그러나 다른 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인데다 하지마라는 것 빼고 다할 수 있는 네거티브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가 기대되는 방안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철학과 다소 어긋나 보이는 정책에 얼마나 용기를 내서 김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느냐다.
지금 기업들은 새 정부 정책에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기업 입장이 반영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규제완화는 기업을 협상테이블로 흔쾌히 끌어들일 수 있는 당근이다.
성장과 고용에는 왕도가 없다. 왼쪽 정책도 필요하고 오른쪽 정책도 필요하다. 분배론을 펼치더라도 성장이 없는 상태보다 조금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게 쉽고 부드럽다.
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