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비데의 모습(사진 오른쪽).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비데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숙소 주인은 몸의 어느 부위든 닦을 때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했다. 용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할 때뿐만 아니라 손, 발을 닦을 때 써도 상관없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우리의 세숫대야같은 물건이구나' 생각하던 이 씨는 순간, 숙소 주인이 말한 물건의 이름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물건의 이름이 다름 아닌 '비데'(Bidet)였기 때문이다.
비데는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한 가구 제조업자가 여성들의 뒷물을 위한 용도로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데라는 단어는 그보다 더 오래됐는데 고대 희랍어에서 비데는 '여성이 뒷물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옛 프랑스어로는 '조랑말'이란 뜻도 갖고 있다. 비데를 사용할 때의 모습이 말을 타듯 걸터앉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비데는 하루 종일 말을 타느라 '치질'을 달고 살던 당대 남성들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데가 오늘날처럼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된 시발점인 것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교류가 많고 같은 동양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의 비데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 이후 전자식 비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초기엔 중산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데가 이제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일반 가정은 물론 상업용 건물의 공동 화장실에서도 이젠 어렵지 않게 비데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비데 보급률은 2010년 33%에서 지난해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비데 보급률이 80%에 이르는 일본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증가세가 가파른 만큼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