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자리 옮기는 한은 금통위 회의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6.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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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태평로 삼성 본관 17층 회의실서 열려… 도청방지 등 엄격한 보안관리 유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본관 15층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본관 15층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은행 통화정책 산실인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이 30년 만에 자리를 옮긴다. 한은이 1950년 6월 출범한 뒤 금통위 회의장을 옮기는 것은 이번이 6번째다.

8일 한은에 따르면 본관 리모델링 공사로 오는 22일 금통위 회의부터 태평로 삼성본관 빌딩 17층 대체 회의실에서 열린다.



◇ 전쟁 화마 피해 수 차례 옮긴 금통위 회의실= 한은 첫 금통위 회의는 1950년 6월 5일 현재 화폐박물관(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2층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후 6월 14일 4차 회의까지 이 장소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전쟁(6월 25일) 발발로 금통위 회의는 중단됐다. 전황 악화로 한은 임시본부는 대전→대구(7월 16일)→부산(8월 22일)으로 남하했다. UN군 참전,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9월 28일 서울이 수복돼 10월 1일부터 서울서 업무가 재개됐다. 그러나 화폐박물관 건물이 전쟁 참화로 불타 없어져 금통위 회의는 당소 저축은행 본점이었던 SC제일은행 제일지점에서 재개됐다.



1951년 중공군 개입으로 전선이 다시 밀리면서 1951년 1월 6일 한은 본점이 현재 부산근대역사관(부산시 대청동 소재)으로 이전했다. 이후 2년6개월간 금통위 회의는 이곳에서 열렸다.

1953년 8월 휴전으로 한은 본부도 서울로 복귀했다. 이후 화폐박물관 건물이 복구(1958년 1월)될 때까지 SC제일은행 제일지점에서 금통위 회의가 진행됐다.

화폐박물관 건물이 복구된 뒤 1987년 12월 현재 소공동 한은 본관 건물이 준공되기 전까지 30년간 금통위 회의는 현재 화폐박물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1988년 1월부터 본관 15층에 설치된 금통위 회의실에서 올해 6월까지 30년간 회의가 계속됐다.


한은 출범 후 지금까지 68년간 금통위 회의 장소가 총 6번 바뀐 셈이다.

1950년 6월 5일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장면을 그린 그림. 금통위 회의실에 걸려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1950년 6월 5일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장면을 그린 그림. 금통위 회의실에 걸려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 비밀 지키는 금통위…도청방지 장치에 출입자 기록 관리= 금통위 회의실은 그야말로 비밀의 장소다. 회의실 내부에는 도청방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또한 7인 금통위원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 모두 금통위 회의 시간에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 회의장 반입도 금지된다. 금통위 회의 전후 출입 기록은 한은이 별도로 관리 중이다.

이같은 금통위 보안 시스템은 삼성본관으로 회의 장소를 옮긴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금통위 의장 자리 뒤편으로는 내실이 있다. 과거 재무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던 대기실로 사용됐다가 한은이 독립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된 1998년 이후로는 금통위원간 이견이 클 경우 잠시 휴정을 한 뒤 의견을 조율하는 소회의실로 활용됐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금통위원간 충분히 사전 조율을 거치기 때문에 이 장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금통위원들의 회의장 좌석 배치는 의장을 중심으로 선임(임명일자) 순으로 결정된다. 임명일자가 같은 경우 연장자순으로 배치된다. 2005~2007년 회의실 입장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던 기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 룰을 지켜왔다.

금통위 금리결정의 상징인 '의사봉'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8년 1월 회의부터다. 현재 사용 중인 의사봉은 2013년 10월 회의부터 사용했다. 1960~1972년 사용한 의사봉은 사료로 지정돼 화폐박물관에 전시됐다. 1988~2013년까지 사용된 의사봉은 인천 인재개발원 타임캡슐 안에 보관됐다.

금통위 회의시 의사봉은 △개회‧폐회시 △의안통과시 △보고 접수시 등 회의진행 단계마다 세 번 치는 것이 원칙이다. 의사봉 3타 배경은 명확치 않지만 1타는 합의‧결정의 선포, 2타는 선포사항의 잘못 또는 이의 여부, 3타는 합의나 의결에의 승복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금통위 회의실에 걸려있는 대형 그림은 1950년 6월 5일 1차 금통위 회의 장면이다. 최순주 전 재무부장관을 비롯한 초대 금통위 정위원 7명과 대리위원 및 기타 참석자가 함께 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이 그림은 1987년 12월 1일 본관 준공에 맞춰 서울대 미대 김태 명예교수가 고증을 거쳐 제작했다. 이전하는 삼성본관 회의실은 건물 층고가 낮아 이 그림을 넣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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