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채무탕감 국민행복기금은 '선한 사마리아인'?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7.06.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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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겉으론 서민을 위한 채무 감면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서민 대상 수익성 추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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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 소각으로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확보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7대 해법의 하나로 소액·장기 연체 채무를 탕감하겠다고 공약했으며 금융당국은 현재 실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장기연체 채권은 1조8900억원, 채무탕감 대상자는 43만7000명에 이른다.



정부가 저소득층 채무면제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과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내수위축이라는 경제위기감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증대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하겠다는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국민행복기금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대선 공약에 의해 설립됐다.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던 연체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서 일괄적으로 매입해 원금의 50~70% 정도 탕감하고 나머지는 분할상환 약정을 맺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이다.



실제로 국민행복기금 출범으로 상당수 저소득 계층이 소액·장기 채무의 일부를 탕감 받거나 저금리 전환의 도움을 받았다.

국민행복기금은 출범 3년간 280만명의 연체채권을 매입해 총 49만명(5.3조원)에 대한 채무조정을 지원했고, 향후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원금 감면율을 최대 9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바꿔드림론’으로 총 7만1000명의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8190억원)을 10% 내외의 저금리 은행 대출로 전환했다.

채무조정된 채권의 특징은 2000만원 이하의 소액채권(84.1%)이 가장 많고 평균 연체기간은 6년 10개월 수준이다. 채무조정 지원자는 대부분 40~50대(62%), 연소득 2000만원 이하(82.7%)로 저소득층이 가장 많았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감면율을 90%까지 확대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일부 확대해 1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자의 빚을 100% 탕감, 경제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은 명칭 그대로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닌 채권자인 은행들이 주주로 참여해 만든 상법상 주식회사로 채무독촉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으로 빚을 일부 탕감해 주지만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을 하고, 바꿔드림론은 최장 5년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을 해야 한다. 2016년까지 국민행복기금 이익으로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이 2500억원이며 최근 4년간 위탁 추심업체에 돌아간 수수료가 1500억여원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빌리은행(공동은행장: 이재명 성남시장, 유종일 KDI 교수)은 문재인 정부에 ‘국민행복기금’ 청산을 촉구했다. 겉으로는 서민을 위한 채무 감면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서민 대상 약탈적 추심사업이라는 주장이다.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281만 건의 채권 중 178만 건은 참여정부 당시에 만들었던 여러 배드뱅크에서 그대로 이관 받아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으며 나머지 103만 건의 매입 가격은 채권원금의 평균 5.6% 수준이다.

이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했기 때문에 일부 채무를 탕감해줘도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헐값에 매입한 채권을 은행들이 주주인 기관이 독촉사업을 해주는 모양새며 사후정산조건부로 매입해서 초과이익을 배당해주고 있다. 결국 국민행복기금이 서민들의 부채를 일부 탕감하거나 저금리 전환에 도움을 주었지만 부실채권 추심이라는 수익사업도 같이 한 셈이다.

지난달 25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국민행복기금이 추심기관처럼 변질된 것이 사실이다”며 국민행복기금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의 업무는 보통 추심업무를 하는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 대부업체도 매입한 부실채권의 일부는 탕감하고 나머지는 추심하면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럴 거면 뭐하러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혼동될만한 거룩한 명칭을 내걸었나?

그동안 서민들은 채무면제를 받으면서 '모럴 해저드'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일부 소액·장기 채권을 100% 탕감할 경우 ‘모럴 해저드’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그 사이 국민행복기금은 마치 '선한 사마리아인'같이 서민 채무를 탕감해주고 추심사업으로 수천억의 이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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