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에이콤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국내 대표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을 키워낸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칠순을 맞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극·뮤지컬에 헌신해 온 '뮤지컬 대부'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한 인파로 5일 저녁 대학로가 시끌벅적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망할 게 있어야 망하지'라고 웃어넘기며 연극을 시작했다. 윤 대표는 "당시 세 끼 먹는 게 너무 부러웠다"며 "그래도 밤마다는 모두 '왕'이 돼서 잤다. 다들 '햄릿' 소품용 망토를 하나씩 두르고 잤으니까"라며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었죠. 한 번은 뉴욕에서 이가 너무 아픈데 치과 갈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소주를 진통제 삼아 먹었어요. 한국 돌아와서 치과에 가니까 핀셋으로도 이가 뽑히더라고. 다섯 개 뽑았습니다. 요즘은 돈 좀 벌어서 임플란트를 일곱 개나 했습니다만 (웃음)."
5일 저녁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윤호진 에이콤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고고 팔공(80)' 행사가 열렸다. /사진=구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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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윤 대표와는 80년대 영국에서 6개월간 같이 생활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연극, 뮤지컬 등을 봤다"며 "좋은 연극을 보고 올 때면 제자리에서 양주 한 병을 다 비워 거기에 한국 연극에 대한 희망과 포부를 꽉꽉 담았다. 빈 병이 많아질 수록 (우리가) 한국 연극계에서 할 일이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 김소현은 주요 넘버인 '내겐 누가 님인가요'를 불렀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 역할로 열연한 배우 정성화는 "윤 대표님 덕분에 뮤지컬 배우로 잘 성장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며 '영웅' 가사에 '윤호진'을 넣어 개사해 불렀다.
윤 대표의 아들인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대표 윤홍조씨는 "뗏목을 타고서라도 브로드웨이에 간다고 하시던 호랑이 같은 아버지"라며 "보여주신 열정을 본받아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마지막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톤 체호프 '바냐 아저씨'의 마지막 대목을 참 좋아하는데요. 바냐 아저씨가 인생이 너무 허무하고 쓸쓸해서 슬픔에 잠겨있을 때 소냐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 이제 곧 영원히 쉴 때가 오잖아요.' 지금도 그 대사를 기억하면서 영원히 쉴 때까지 달려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