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빼고 다 바꿨다?' 서울국제도서전의 화려한 변신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6.0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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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중소출판사 참여 늘려…'큐레이션'과 '책 처방'에 초점

'변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작가 정유정과 유시민, 가수 요조(왼쪽부터)가 도서전 홍보모델로 나섰다. /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변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작가 정유정과 유시민, 가수 요조(왼쪽부터)가 도서전 홍보모델로 나섰다. /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


확 바꿨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SIBF) 이야기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당초 책을 '떨이'식으로 할인 판매하는 난장에 가까웠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는 말이다. 도서정가제 이후 대대적인 할인 판매가 금지되자 관람객 수도, 참여하는 출판사 수도 뚝 떨어졌다.

2015~2016년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그래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아동·교육 분야를 제외한 일부 중견·대형 단행본 출판사는 불참한 채 진행됐다. 대량 판매가 어렵다 보니 출판사로선 돈을 내고 홍보 부스를 구입해도 돌아오는 실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행본 출판사들이 모인 한국출판인회의와 주최사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엇박자도 영향을 끼쳤다. 작가 초청 행사를 위해 출협이 각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가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진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두 단체의 조율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결국 전체 560여개 부스 중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책문화 홍보관으로 채우기도 했다.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올해 '변신'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출판인회의 대표 출신으로 지난 2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에 당선된 윤철호 회장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변신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올해 도서전에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참여주체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전국 곳곳의 독립서점과 중소출판사에 문을 넓혔다. 서점과 출판사는 '큐레이션'에, 독자 대상 프로그램은 '책 처방'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전시장 중앙에서 열리는 '서점의 시대'전이다. 독립출판물, 디자인, 음악, 고양이, 그림책, 시, 여행, 미스터리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독립서점 20곳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각 서점은 개성에 따라 5종의 책을 추천, 소개한다.

그린비, 글항아리, 남해의봄날, 마음산책, 뜨인돌 등 중소 출판사들은 부스비를 따로 받지 않고 초청했다. 대신 각 출판사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도록 각각 7종의 책을 선정, 진열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좋은 책임에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깝게 묻힌 책을 다시 소개하는 '책의 발견'전이다.


도서전 추진자문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과거엔 출판사들이 '부스비'는 건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조건 (책을) 많이 들고 나왔다. 하지만 출판사들의 특징을 제대로 알리려면 종수가 적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독자들에게 (출판사가) 직접 큐레이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자 대상 프로그램인 '독서클리닉'과 '필사서점'도 독립서점의 제안으로 꾸렸다. '독서클리닉'은 내게 맞는 책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 글쓰기·과학·장르문학 전문가들이 상담한 뒤 책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민 단국대 교수, 은유 작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등이 추천자로 나선다. '필사서점'에선 강성은, 유희경, 최현우 등 시인 5명이 미리 신청한 독자의 사연을 읽고 그에 맞는 시를 골라 처방해준다.

'작가와의 만남'은 각 출판사별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황석영, 김훈 작가같은 문단 거목부터 배수아 작가, 김창규 SF작가, 만화가 앙꼬 등 다양한 작가가 참여한다. 짧은 분량의 소설을 영수증 재질의 종이에 인쇄해 주는 '짧은 문학 자동판매기', 북클럽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북라운지' 공간도 기대를 모은다.

출협 관계자는 "출판사 단독으로 참여하는 곳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참여 작가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입장료는 3000원~5000원이다. 방문객에겐 입장료만큼 할인해주는 도서구매용 쿠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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