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광화랑'이 출품한 전미경 작가의 '바다' 시리즈/ 사진=박다해 기자
◇미광화랑
부산에 기반을 둔 미광화랑은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갤러리로 부산근대미술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17여년 동안 부산 바다를 그려온 전미경 작가의 '바다'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감천마을 입주작가였 던 그는 바다만큼 부산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 바다에 집중해왔다. 그는 바다와 물결을 가장 아름답게 그리는 작가로 꼽히기도 한다. 작가는 심연 속에 잠긴 듯한 깊은 바다부터 물결에 반사돼 반짝이는 햇빛들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소품들도 함께 출품해 컬렉터들의 소장욕을 자극한다.
김성철 작가의 작품 '유배된 사물들' /사진=박다해 기자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이우환, 줄리안 오피의 작품 /사진=박다해 기자
줄리안 오피의 작품 'Estate Agent 2'는 특유의 굵고 검은 윤곽선과 원색의 색채가 눈에 띈다. 사람의 신체를 단순화해 표현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둥근 얼굴, 점으로만 표현한 눈동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서울의 풍경을 담은 '신사동에서 걷기'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문자산수화'로 잘 알려진 유승호 작가의 '세월을 돌려다오' 작품. 한글로 빼곡히 차있다. /사진=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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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숙 화랑에선 '문자 산수화'로 유명한 유승호 작가의 작품 '요들레이요', '세월을 돌려다오'를 만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여느 동양 산수화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알파벳과 한글로 빼곡히 차 있다. '세월을 돌려다오'란 작품에는 '세', '월' 등의 글씨들이 먹의 농담처럼 표현됐다. 김홍도 등 대가의 산수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그의 작품을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신선미 작가의 '개미요정' 시리즈 중 하나인 '다시 만나다'/ 사진제공=아트부산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선 '개미요정' 시리즈로 유명한 신선미 작가의 작품 '다시 만나다'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조선시대 세필화를 오마주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신 작가의 그림엔 '개미요정'이란 이름이 붙은 조그마한 사람과 아이들이 놀고있는 모습 등이 주로 담긴다. '개미요정'은 작가가 어릴 적 아플 때마다 상상하곤 했던 가상의 인물이다. 정교한 표현력과 동화책을 보는 듯한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웃음짓게 만든다. '창비'에서 출간된 신선미 작가의 그림책은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출품한 지석철 작가의 '부재의 사연' /사진=박다해 기자
작은 의자를 통해 '부재'(不在)를 표현하는 지석철 작가의 작품 '부재의 사연'과 '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보일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이다. 작가는 시대의 상실과 아픔을 의자에 은유해 표현한다. 1982년 파리 비엔날레에 참가했을 때 손바닥 크기의 나무의자 300개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후 작은 의자는 그의 회화에도 등장한다. 그림 속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북극곰을 통해 환경문제를 비판한 변대용 작가의 작품/ 사진=박다해 기자
◇김재선갤러리
김재선 갤러리는 변대용의 조각을 선보인다. 북극곰이 등장하고 파스텔톤의 색깔을 쓰는 그의 작품은 언뜻보면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작품 안에는 환경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이 녹아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살 곳을 잃어버리고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의 물질 지향적인 삶, 파괴된 생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원의 다양한 변용을 보여주는 윤성필 작가의 '에너지' 시리즈/ 사진=박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