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몇억씩 퍼주던 회장과 싸워보니…"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7.05.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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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1호 JKL파트너스 정장근 대표 "국민 세금 및 노후자금 도둑 막으려면 감시체계 세워야"

"저희 투자금이 국민 혈세와 노후자금이라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경영자를 감시해야 합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PEF(사모펀드) 투자자가 선량한 관리자로 그간에 지켜오던 내용을 공식 규범화한 겁니다."

정장근 대표는 지난 24일 국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1호 운용사가 된 JKL파트너스의 창업 대표 파트너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침을 뜻하는 이 헌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새 정부정책의 방향과 일치한다.



"2013년 투자사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그로부터 얻은 경영관리 노하우를 정리하려던 계획이었어요." JKL은 2013년 투자사인 옛 한국정수공업(휴비스워터로 개명)과 7건 이상 소송을 벌였다. 2010년 이 회사에 600억원을 투자했지만 최대주주 대우를 받지 못해서다.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가 25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관한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JKL파트너스 제공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가 25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관한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JKL파트너스 제공


"2011년 일본 대지진의 불똥이 튀어 이 회사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매출이 감소해도 경영자는 방만했죠."



JKL은 순차적으로 접근했다. 이사회 제안으로 구매부문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구매자 지위를 유지하려던 경영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동대표 선임을 요구했지만 이도 무시했다. 경영권을 쥔 구 사주는 오히려 반발했다. 사회 각계에 1대 주주인 JKL을 비방한 것이다. 악덕 기업사냥꾼으로 매도된 JKL은 법적 분쟁을 벌였다.

"역풍이 거셌죠. 회사 종업원들도 정체가 모호한 사모펀드 대주주보다 그동안 인사권을 휘둘러온 '회장님' 편을 들었어요."

정 대표는 1년간 악전고투했다. 그 과정에서 구 사주의 잘못된 경영방식을 지적했고 능력이 의심되는 사주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했다. 딸에게 수억 원씩 급여를 주던 경영의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2001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로 출발한 JKL은 2015년에는 국민연금으로부터 1000억원가량 위탁금을 받아 국민의 노후자금을 불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6단계로 경영권 전횡 감시하고 소송도 불사해야 '진짜 관리'

기획재정부 서기관 출신으로 2015년 말 회사에 합류한 최원진 상무(45, 행시 43회)는 이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실무를 책임졌다.

"이 코드는 주주권 행사를 등급화한 것이에요. 주주권 행사에 관한 '에스컬레이션(단계적 변화) 원칙'이 핵심이죠. 감시체계는 6개입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1. 긴밀히 협의하고 2.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3. 주주제안을 내놓고 4.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문제를 잡고 5. 주주총회 의결을 시도하고 6. 법적 대처까지 하는 겁니다. 이런 조치를 태만히 하면 운용사도 관리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산전수전 겪은 후 JKL은 2014년 말 하림그룹과 함께 팬오션 (4,070원 ▼75 -1.81%)을 인수해 성과를 냈다. 팬오션의 경쟁력을 눈여겨본 결과다.

"팬오션이 2014년 법정관리였던 건 STX조선과 관련 계열사를 위해 무리한 부담을 졌기 때문입니다. 조선사를 위해 선박을 발주하고 계열사 대신 빚보증을 떠안거나 영업자산을 대여해준 거죠. 팬오션의 이런 부실을 털고 윤리경영을 펼치자 실적은 급격히 개선됐어요."

JKL의 공동투자 파트너 하림그룹은 단순한 '닭고기 판매업자'가 아니었다. JKL이 생각한 하림은 우리나라 최고의 '단백질 생산자'다. 육계로 단백질을 공급하려면 사료와 곡물이 필요한데 이미 제일사료와 선진(양돈), 팜스코(육가공) 등을 영위해 사업적 수직 계열화를 달성한 상태였다. 하림에 곡물 운송 및 트레이딩을 더하면 좋을 것이란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팬오션을 인수하자마자 고금리 채무를 상환해 재무적 균형을 맞췄고 잃어버린 대형 화주를 찾아 안정적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하림이 약속한 대로 곡물트레이딩사업부를 만들어 미래 먹거리 대비도 했어요."

팬오션은 2년 만에 실적이 증가해 적자 회사에서 지난해 영업이익만 1679억원을 올린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주가도 수직 상승해 주당 2000원대 주식이 최근 5000원대 중반에 거래된다. 경영권 지분은 하림(제일홀딩스)가 51%, JKL이 12.72%(1750억원 투자)를 보유했다. JKL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활용해 팬오션 이사회에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맡고 있다.

"팬오션에 대한 감시는 하림이 윤리경영에 힘쓰고 있어 스튜어드십코드 원칙3의 점검 단계로 충분합니다. 문제가 발견하면 원칙4에 따라 단계를 높여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죠. 부당한 경영 의사결정을 항상 모니터링하는 게 국민자금을 운용하는 당연한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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