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일은 우리가…" 아들 잃은 아버지의 구의역 1주기 편지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7.05.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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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故 이한빛PD 아버지와 과거 인연 공개…이씨 父, 사고현장에 추모글 남겨

/사진=박원순 시장 페이스북/사진=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인 28일 사고 지점 승강장에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가 가슴 찡한 편지를 남겼다.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내려간 편지는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박 시장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노란 포스트잇에는 “김군! 하늘나라에서 우리 아들 한빛이랑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기 바래. 남은 일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 줄 테니 부디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오. 젊은이가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 줄게. - 고 이한빛 PD 아버지가-”라고 적혀있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tvN '혼술남녀' 조연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가 남긴 편지다.

박 시장은 “오늘 아침, 구의역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이런 포스트잇이 붙어있었습니다”라며 해당 편지글을 소개하고, “지난 5월1일 노동절에 오랜 지인이었던 한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를 설립했다가 해직돼 오랫동안 고생하셨던 선생님은 병상에서 저를 맞이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작년에 아드님을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 아들은 한 방송국에서 신입 PD로 입사했지만 방송제작 환경과 노동환경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 이한빛 PD였습니다”라며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손을 잡아 드리고 나오는 길은 한 없이 서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선생님이 다녀가셨네요. 이 곳 구의역 9-4 승강장은 저에게도 가장 뼈아픈 곳입니다. 사람이 우선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다짐,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노력이 무력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하고, 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년 동안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미진한 부분에 마음을 쏟으며, 살피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은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는 제 평생 좌표입니다. 부족함을 알려주는 동시에 제가 나아갈 방향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라며 “매일 매일 이곳에 서 있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수많은 김군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의역 사고 1주기인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승강장에 추모의글과 함께, 국화와 사발면 등이 놓여있다./사진=뉴스1 구의역 사고 1주기인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승강장에 추모의글과 함께, 국화와 사발면 등이 놓여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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