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피난처' 140조 몰린 MMF 뭐기에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7.05.2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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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재테크]"금리인상으로 인한 원금손실 가능성 거의 없어"

'단기자금 피난처' 140조 몰린 MMF 뭐기에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불안심리 탓에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단기부동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사태와 미국 대통령 선거, 북핵 이슈 등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은 MMF에 돈을 맡겨두고 투자를 보류했다. 최근엔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며 차익실현을 하는 투자자들이나 단기 급등한 주식시장의 조정을 기다리는 스마트 투자자들이 돈을 맡기고 있다.

이처럼 MMF는 사실상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어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기는데 많이 활용한다. 올해 MMF로는 5개월여 만에 30조원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MMF 설정액 사상 최고 경신=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지난 17일 138조3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기자금 피난처' 140조 몰린 MMF 뭐기에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위의 흐름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서 나온 차익 실현성 자금이 MMF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5조1271억원 감소한 68조5619억원으로 위축됐다.



MMF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단기 자금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1년 만기 예금의 경우 금리가 1%대 수준에 불과한데다 1년간 자금이 묶이게 된다. 1년 내에 투자할만한 고수익 상품이 나와 예금을 인출하게 되면 1%대 금리도 받을 수 없다.

반면 MMF는 돈을 하루만 예치해도 연 1%대 수준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3일 기준 MMF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26%를 기록했다. 언제든 별다른 조건 없이 인출이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시중은행 수시입출금식 통장의 금리는 연 0.1% 수준이다.

◇MMF 원금비보장…금리 인상해도 손실가능성 낮아=MMF는 원금비보장 상품이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시중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MMF는 주로 6개월 이내의 양도성예금증서(CD)와 남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우량 채권에 투자하거나 금융기관에 단기로 자금을 대출하거나 예치하는 것만 허용된다.


여기에 MMF가 처음 샀을 때 금리로 평가하는 장부가 펀드라는 점도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이유다. 다만 단기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 MMF 편입자산(장부가)과 시장 가격 간에 괴리가 생기게 되고 괴리율이 마이너스 0.5%포인트(p) 이상 벌어지면 시가평가로 전환돼 손실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상당수 MMF의 괴리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시가전환 기준인 마이너스 0.5%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괴리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것 자체가 투자자의 불안감을 자극해 환매를 촉발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MF는 단기금리가 급격하게 올라 손실이 난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팀장은 "MMF의 손실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이상 인상할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라면서 "게다가 MMF는 가중평균 잔존만기(듀레이션)가 75일 이하로 짧게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시가전환 요건이 충족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행의 경우 금리인상 기조를 보이지 않고 있어 금리로 인한 손실 위험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개별기업 부도 등으로 MMF 손실 나기도=국공채를 편입한 MMF의 경우와 달리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편입한 신종 MMF의 경우에는 개별 기업 위험이 손실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행된 MMF의 60%는 국공채 MMF이며 40%는 신종 MMF다.

과거 1997~98년 외환위기 때와 2003년 카드채 사태 때 일부 MMF가 대우채, 카드채 등을 편입해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2003년 SK글로벌의 부도로 SK글로벌을 편입한 MMF 투자자들은 채권 상각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이 사태로 MMF의 잔존만기가 120일에서 90일로 축소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부실기업 자산을 담은 MMF들이 손실위기에 처한 사례가 있다. 2015년 7월 하나UBS자산운용의 MMF에서는 4거래일간 약 2조7000억원이 썰물처럼 빠진 사례가 있다. 이 MMF에 대우조선해양 CP가 편입돼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지만 다행히 만기상환이 되며 손실이 나지는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BNK캐피탈 사채를 담은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MMF에서 이틀간 2조원 가까이가 순유출됐다. BNK캐피탈이 생활가전 렌탈업체 한일월드로부터 양수한 렌탈채권 541억원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당시 MMF에서는 기업실적 악화로 한계기업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한 달 동안에만 10조원 넘는 뭉칫돈이 환매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회복으로 인해 기업들의 재무가 개선되고 있지만 신종 MMF가 우량 회사채를 편입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MMF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온 만큼 예전에 비해 투자위험도가 많이 낮아져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김 팀장은 "신종 MMF는 편입 채권을 하나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등급마다 편입비중 제한이 돼 있어서 분산투자한다"며 "MMF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10년 넘게 규제를 강화해오고 있어서 위험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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