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2015년 7월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동훈 기자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돼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적용됐다는 합병 당시 시장의 평가를 뒤집는 분석이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산정했던 게 아니냐는 박영수 특검팀의 주장과도 정면 배치된다.
2015년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기준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제165조 4항과 시행령 제176조 5항에 따라 1개월 평균종가, 1주일 평균종가, 이사회의 합병 결정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각각 15만9294원, 5만5767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른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특검팀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고 합병비율도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하고 삼성물산 지분은 1주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최소화했다는 시각이다.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기업지배구조원의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고서 2건을 공개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의 계산 방식대로 삼성물산의 지분가치 등을 적용할 경우 적정 합병기준가가 5만1000원 수준으로 오히려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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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원이 제시한 6만8000원은 물론, 실제 합병기준가였던 5만5767원보다도 5000원 가까이 낮다.
기업지배구조원이 삼성물산의 지분가치를 평가하면서 지분가치가 더해지는 자산만 반영하고 이자발생부채 5조3000억원과 비지배지분(100%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자회사) 가치 5000억원 등은 공제하지 않아 삼성물산의 적정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기업지배구조원이 합병 직전연도인 2014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데 대해서도 "삼성물산이 호주에서 6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면서 2014년 실적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이라며 "특정시점의 일반적이지 않은 실적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평가한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낸 대신경제연구소도 이 점을 지적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당시 삼성물산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합병시점이 늦어지면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은 합병 전인 2012년 영업이익 692억원, 2013년 1111억원, 2014년 2134억원을 기록했다.
합병기준가나 합병비율을 토대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이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이현철 변호사(법무법인 기현)는 "합병비율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른 틀을 사용해 산정한 숫자에 불과하고 실제 시장에서 산출되는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수치와 크게 다를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에서 합병기준가와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을 시가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