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신생아도 없다. 살림이 어려워진 노인층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였다. 대부분 경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동거리가 짧아 동네 주유소는 문을 닫았다. 차에 주유를 하려면 40킬로미터 안팎의 대도시 근처에 가야 한다. 주유를 하기 위해 왕복 8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유를 하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 1개월 정도 필요한 생필품을 모두 사오는 게 합리적이다. 동네마트도 문을 닫았다. 결국 소도시에 가게가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소는 현재와 같은 고령화 속도라면 지구 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저출산으로 한국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4배 이상 빠르게 늙어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출생아도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어 "지금은 청장년 5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년 후면 2명당 1명꼴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경험을 해야할 지 모른다"며 "인구감소와 저성장의 악순환을 막을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저출산·고령화시대, 산업정책 대응 강화 필요'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청과 국제통계에 따른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73%로 전 세계 평균 64.1%와 OECD 평균 66%에 비해 높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하지만 2030년엔 이 비율이 63.1%로 떨어져 전세계 평균(63.4%)보다 낮아지고, 2035년엔 OECD 평균인 60.6%보다 낮은 59.5%가 된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60년엔 초고령사회라 불리는 일본(50.7%)보다 낮은 49.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비율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김원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생산가능인구 비율의 감소가 투자와 노동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경제 성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의료와 노동, 혁신, 조세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범정부차원의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율 제고 총력…새 정부 인구정책 전담기구 '주목'=전문가들은 우선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과 더불어 민간차원에서도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양육시설을 늘리고 육아휴직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아울러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늘리고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최우선 정책 어젠다로 내걸었다. 'J노믹스(문재인 경제정책)'에 맞춰 인구정책을 다시 짠다는 계획이다. 먼저 정책 자문기구였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 강화에 나선다. 정부 정책을 세우고 직접 실행까지 맡는 컨트롤타워(총괄 사무국)를 설치하고, 각 부처 인구 관련 담당 공무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인구정책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원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학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영태 교수는 "새 정부의 인구정책을 전담할 기구는 책임을 지고 정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복지·노동은 물론 산업계 의견도 두루 수렴해 사회 재구조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현 출산율 감소세를 인정하고, 줄어든 인구에 맞춘 효율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