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 부총리 후보자의 키워드는?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7.05.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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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세상 떠난 아들 생일 맞춰 책 발간…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의 변화 강조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지 만 하루가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종합관에서 열린 경기중등교장협의회 1학기 총회에 특강차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지 만 하루가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종합관에서 열린 경기중등교장협의회 1학기 총회에 특강차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있는 자리 흩트리기’

지난 5일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공동저자이고 싶었던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쓴 책이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2013년 백혈병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 김 후보자는 아들의 생일인 5월 5일에 맞춰 책을 냈다. 이런 의미에서 책은 그의 아들의 분신일 수도 있다.

책에는 김 후보자의 인생이 담겨있다. 김 후보자는 판자촌 소년가장 출신이다. 상고와 야간 대학을 나와 공직에 입문한 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까지 올랐다. 이후 대학 총장을 거쳐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총리에 내정됐다.



283페이지에 이르는 책에는 김 후보자의 인생사와 함께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들어가 있다. 몇몇 키워드에는 꾹꾹 눌러쓴 듯 힘이 실렸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그의 비전과 생각을 키워드별로 살펴본다.

킹 핀(King pin)



‘킹 핀’은 볼링에서 1번과 3번 핀 사이 뒤에 숨어 있는 5번 핀을 의미한다. '킹 핀'을 겨냥하면 스트라이크 확률이 가장 높다. 김 후보자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킹 핀을 넘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우리 사회의 ‘킹 핀’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한다.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다. 사회보상체계는 누가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다. 거버넌스는 사회보상체계를 결정하는 체계와 규칙이다. 이 둘을 바꿔야 한다는 게 김 후보의 생각이다.

김 후보자는 이를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 있는 아주대는 지난해 ‘파란학기제’를 도입했다. 학생들이 직접 도전하고자 하는 과제를 정하면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김 후보자는 책에서 “파란학기제는 킹핀을 건들면서 가능했다”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과목을 결정하는 과정을 주도하도록 ‘거버넌스’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

김 후보자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참여정부의 중장기비전 보고서인 ‘비전2030’이다. 김 후보자는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 직책을 맡으면서 ‘비전2030’을 주도했다. ‘비전2030’은 문재인 정부에서 재조명 받고 있는 보고서다.

김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연못의 크기’를 강조한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김 후보자가 합류한 전략기획국은 큰 규모가 아니었다. 하지만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전권을 부여 받았다. 그는 전략기획관으로서 대학교수 등 60여명의 외부 네트워크를 만든다.

김 후보자는 책에서 “사이즈로는 작은 연못이었지만, 외부 네트워크까지 포함하는 보다 큰 연못을 만들었다”며 “연못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그 크기를 자기가 키우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인사, 그리고 계층이동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기재부의 고위직 인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공직사회의 오래된 관례인 ‘기수 문화’에 대한 반감이다.

김 후보자는 “2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사람에게 고시 한 기수 빠르다는 것은 겨우 공무원 출발을 1년 빨리 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전혀 없었다”며 “그 사람의 능력이나 헌신을 평가하는 데 전혀 유용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사라진 요즘 시대에 대한 아쉬움도 남긴다. 김 후보자는 “언제부터인가 부와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면서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단절되고 있다”며 제한된 사회적 이동성을 언급했다.

아들

김 후보자 책의 시작과 끝은 동일한 단어로 채워져있다. ‘아들’. 3년 7개월 전 세상을 떠난 큰 아들을 그리워하는 심경이 담겨 있다. 김 후보자는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유독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7월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김 후보자는 눈물을 흘리다 호흡을 여러 차례 가다듬고 “희생자 가족분 마음을 어떻게 이해를 하겠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 시작 부분을 소개한다.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 여기서는 더 이상 못 보지만 다른 세상에서는 꼭 볼 수 있다는 소망으로 살게 하는 사람. 내 마음의 영웅. 내 희망. 내 자랑. 내 사랑.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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