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통과했지만 사업화 한계…왜?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7.05.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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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통과…투자일임 금지로 우회적으로 활용

NH농협은행은 자체개발 알고리즘을 적용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Pro'가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제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용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농협은행NH농협은행은 자체개발 알고리즘을 적용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Pro'가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제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용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농협은행


국내 은행들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위원회의 테스트베드를 통과했지만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제외하면 투자일임이 허용되지 않아 사업화가 한계에 부딪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개발한 6개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위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시스템이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전문인력 없이 고객에게 직접 투자자문과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처음 한 번만 영업점에 방문해 전문인력을 통해 가입하면 이후부터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알아서 금융상품을 매매해준다. 하지만 은행들은 유료 투자자문 서비스가 사실상 없고 투자일임은 ISA를 통해서만 가능해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고도 사업화가 제한적이다.

기업은행은 ISA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금융상품 매매까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고객이 이에 따라 상품을 직접 사고 파는 방식으로 로버어드바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ISA에서 일임형 비중이 워낙 낮아 활용도가 떨어지는데다 다른 분야에선 투자일임이 불가능해 일단 매매는 고객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로보어드바이저의 실효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이 선보인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신한 엠폴리오’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고객이 해당 상품을 일괄 매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렇다 보니 상품을 조정하려면 기존 상품을 일괄 매도하고 새로 제시된 포트폴리오의 상품을 재매수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투자하는 이유는 AI 활용이 금융산업의 중요한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다 향후 은행에도 투자일임이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에도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투자일임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확대되면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은행에도 투자일임이 허용될 수 있다”며 “ISA도 가입 대상 확대와 비과세 한도 폐지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일임형 비중이 늘어나며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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