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도 대통령도 나도 울었다"…뭉클한 5·18기념식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2017.05.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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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기념식 탈피…생중계 지켜보던 시청자들 "기념사부터 노래까지 감동"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 중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 중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왼쪽 다섯번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부터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 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헙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뉴시스문재인(왼쪽 다섯번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부터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 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헙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뉴시스
"어머니와 밥 먹으며 기념식 보다가 같이 울고 있네요."
"기념식 행사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시청한 국민의 반응이 뜨겁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는 기념식을 보다 눈물 흘렸다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내빈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내빈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스1
이번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유공자·유족 등 1만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규모다. 문 대통령은 격식을 파괴하고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국립5·18민주묘지의 정문인 '민주의 문'을 지나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민주의 문을 이용해 5·18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앞선 대통령들은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차량을 이용해 민주의 문을 지난 뒤 기념식장 우측으로 입장을 했었다.



기념식 중 합창단도 전국에서 온 음악인들로 구성돼 '통합'의 의미를 더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 표명을 했던 가수 전인권씨도 이날 기념식 무대에 서 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많이 불렸던 '상록수'를 애틋하게 불러 감동을 더했다.

5.18 기념식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가 기념식을 생방송으로 챙겨본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 이날 오전부터 '5.18 기념식'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념사와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많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현수막. 광주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내용이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현수막. 광주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내용이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다"라며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도 언급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의 펼침막이다. 50대 직장인 A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에 공감이 가 회사에서 직원들과 생중계를 지켜보다가 눈물 흘렸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37년 전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아버지를 여윈 김소형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나서다. 김씨는 1980년 5월18일 태어났다. 완도에서 일하던 김씨의 아버지는 5월20일 딸을 보기 위해 광주로 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김씨는 "철없던 때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 아버지는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을 텐데"라는 구절을 읽으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추모사를 듣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추모사를 듣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뉴스1
김씨의 사연을 들은 문 대통령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후 울고 있던 김씨에게 다가가 김씨를 안고 위로를 건넸다. 이 장면을 시청한 한 누리꾼은 "유족도 울고, 대통령도 울고, 나도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 점심시간에 짬을 내 5.18 기념식 영상을 찾아봤다는 20대 직장인 B씨는 "그동안 5.18을 심각하게 생각해본적도 없고 형식적인 기념식은 더더욱 챙겨본 적도 없었는데 대통령의 기념사와 유족과의 포옹 장면을 보고 휴게실에서 질질 짰다"라며 "기념사 하나하나를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세상이 정말 달라진 것 같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수화 통역사의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수화 통역사의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대통령과 유족, 시청자 뿐 아니라 수화 통역사도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념식 도중 눈물을 훔치는 수화 통역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 속 수화 통역사는 통역 중 눈물이 흘러 급히 닦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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