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해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서민 부담 사금융 키워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05.17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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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같아지는 대부업법상 최고금리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서민 위해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서민 부담 사금융 키워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인 25%로 일원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부업법은 금융회사에, 이자제한법은 사인간 거래에 적용된다. 두 가지 최고금리를 일원화한 뒤 낮춰 서민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지만 불법 사금융시장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부업법 최고금리가 더 높은 이유 있었다=문 대통령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7대 해법’으로 대부업 등 금융회사의 법정 최고금리를 개인간 금전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에 따른 최고금리로 일원화하고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 부과를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더 나아가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임기 중 20%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사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금리를 낮춰 서민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우려되는 개인파산 증가 등 사회적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올해 안에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연 27.9%)를 2.9%포인트 낮춰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와 일원화할 계획이다.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법이 처음 도입돼 시행된 2002년 연 66%에서 시작해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6년 27.9% 등 계속 낮아졌다.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는 1980년 40%로 시작해 1998년 폐지됐다가 2007년 30%, 2014년 25%로 조정됐다.



그동안 법정 최고금리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보다 항상 높았던 이유는 불법 사채시장의 양성화라는 정책적 목표 때문이었다.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는 사채업자의 경우 대부업으로 등록하면 합법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음지의 사채업자를 양성화하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와 인건비 등 비용과 마진 측면에서 사채업자보다 금리를 더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와 같아진다면 대부업체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등록 대부업으로 남을 이유가 없어 사금융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저신용자 대출 문턱 올라갈 듯=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는 물론 대부업체까지 대출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출이자율뿐만 아니라 연체이자율 등 모든 대출상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낮아진 금리만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연체율 관리가 시급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전업계 카드사의 저신용자(7~10등급)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금리는 연 17.30~20.08%로 20% 안팎으로 집계된다. 저신용자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평균금리는 이보다 높은 20.57~23.46%에 이른다.

저축은행은 전체 가계신용 대출자의 평균금리가 연 20%를 웃돈다. 지난 3월말 기준 OSB저축은행(27.2%), 인성저축은행(26.91%), 조은저축은행( 26.89%), 공평저축은행(26.8%), HK저축은행(26.27%), 현대저축은행(26.26%) 등 상당수 저축은행은 평균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인 27.9%에 육박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신용대출 고객 대부분이 저신용자기 때문에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는 이자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는 올라가는데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연체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저축은행 수익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금리 인하 후 사금융 피해 늘어난 일본=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15년 12월말 저신용자인 7~10등급의 대부업 이용자 수는 92만5991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법정 최고금리가 27.9%로 낮아진 후인 지난해 말엔 84만8956명으로 8.3% 줄었다. 같은 기간 1~6등급의 대부업 이용자수는 33만9269명에서 35만8785명으로 5.8%가량 늘었다.

일본은 2010년에 법정 최고금리를 29.2%에서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인 20%로 낮춰 일원화한 후 불법 사금융 피해가 오히려 늘었다.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학 교수가 2015년 발표한 ‘대부업법이 초래한 부작용’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3월 20조9000억엔(약 208조원)에 달했던 일본의 대부업체 규모는 2014년 3월 6조2000억엔(약 62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 불법 사금융 피해자 수는 2008년 46만명, 2009년 42만명에서 법이 시행된 후 2010년 56만명, 2011년 58만명으로 증가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중 영세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4%에서 2010년 22%로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 2금융권의 대출심사가 엄격해진데다 대부업체가 등록을 취소하고 사금융으로 돌아선 탓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자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법정 최고금리를 예전 수준으로 돌리는 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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