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에 당선이 유력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남녀 동수 내각 구상이다.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해 내각의 여성 비율을 30%에서 시작해 임기 내 50%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의 여성 관리직 공무원 임용목표제 시행도 약속했다.
또 대통령 직속으로 '성평등 위원회'를 두고 각 부처별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힘쓸 방침이다. 현재는 '양성평등 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머물러 있다. 성평등 정책 전담인력도 별도 배치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권 차원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굴욕적'인 협상으로 규정하며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 추진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논란에 휩싸였던 여가부의 '위안부 보고서'와 관련한 새로운 조치도 예상된다. 위안부 보고서 발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캠프 수석대변인 이름으로 비판 논평을 냈다. 여가부 관계자는 논란 당시 "정권이 바뀌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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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문 대통령 당선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여성 정책 강화 약속이 공약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가족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에 비해 여성 지위는 후진적인 상황으로 저출산·고령화로 고갈된 성장동력을 다시 찾기 위해서라도 여성 인력 활용은 중요하다"며 "새 대통령이 젠더 의식을 갖춘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0일 논평을 내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몇 개의 공약으로 얻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며 "불평등과 차별, 혐오를 종식시키기 위해 새 정부의 성평등 실천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 정책 강화에 따른 역차별 논란과 좁은 여성 인재풀 등 어려운 공약 실현 여건 등은 넘어야 할 과제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캠프 여성본부장으로 임명되자 일부 남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후보 지지 철회 선언이 이어진 것이 한 사례다. 남 의원이 과거 여성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군 가산점제 반대', '성매매 여성 차별 반대' 등을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한국여성학회장)는 "남녀 동수 내각 공약은 반가우나 단순히 여성의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성 진출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인재 등용이 중요하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공직을 잘 맡을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여성 인재풀 양성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