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
“납품기일 때문”이란 중소기업의 말에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직감한다. 24시간 제조 대기업 생산직은 웬만하면 하루 3교대로 운영된다. 4조 3교대면 6일간 하루 8시간 일하고 2일은 쉬는 형태다. 현대차는 하루 8시간가량 주간 2교대다.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도 대기업은 별 지장이 없다. 그만큼 생산성이 받쳐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세계 금메달급인 이유로는 여러 가설이 있다. 돈을 덜 주고 근로자를 오래 부려먹으려는 악덕기업주의 ‘착취’라는 의견,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일손이 부족하니 장시간 근로가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의견, 8시간 근무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일부러라도 수당이 더 많은 초과근무를 해서 생계비를 보전하려는 근로자 ‘관성’이 있다는 의견, 법적·제도적 제재가 너무 관대해서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오징어잡이 배’ ‘판교의 등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온다. 흥행에 의존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견디기 힘든 과로가 일상화한 데는 문화화한 관성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직장인은 1주일에 평균 2일 이상 야근하는 것으로 돼 있다. 노동계도 노사협상에서 노동시간 단축보다 임금·상여금·수당인상 등 금전적 실리 확보에 치중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법만 덜컥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고용주, 근로자, 정부가 같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연차,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문화가 퍼지는 것처럼 고용주, 관리자, 근로자가 일에 임하는 태도를 달리해도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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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낮은 생산성에서 단기간에 과격하게 근로시간을 줄이라는 것은 중소기업에 사업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 제조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이다.
고소득자가 아닌 한 근로자도 당장 근로시간이 줄어 임금이 감소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런 사정들 때문이라고 본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세제혜택,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관행 시정, 자동화 투자 지원 등 여러 부수적인 정책이 따라야 할 일이기도 하다.
뒷감당은 사용자가 알아서 하라며 법적 잣대만 올리다간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만 양산할 것이 뻔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잣대가 올라가면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비례적으로 늘고 있다. 행정력을 동원해 강화된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주에겐 과징금을 수시로 부과하고 사법처리까지 의뢰할 수 있겠지만 좋은 모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