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왼쪽부터)와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News1 안은나 기자
반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8)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1)은 혐의를 자백하며 대체로 인정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삼성의 후원금에는 뇌물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씨 등 세 사람은 삼성과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압력을 행사해 장씨가 운영하던 영재센터에 각각 16억2800만원과 2억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급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를 받고 있다.
최씨는 "제가 빙상 쪽은 전혀 몰랐는데 장씨와 교제했던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씨가 제안해 (영재센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김씨는 자신이 유망 인재들을 키워 금메달을 많이 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의 후원금에 대해서도 "(인재를 육성한다는) 김씨의 발언 취지가 괜찮았고 재능기부도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삼성도 그런 차원의 사업을 하고 있기에 좋은 생각에서 지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후원금은 선의였을 뿐, 뇌물성은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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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 News1 민경석 기자
그는 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금을 낸 계기에 대해서도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삼성에서 후원금을 내줄 수 있도록 한 게 맞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영재센터 실무를 맡은 건 맞지만, 최씨가 아닌 자신 때문에 삼성이 영재센터에 돈을 냈을리는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다른 혐의는 부인했지만,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자신의 가장 큰 혐의에 대해 자백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삼성 후원금에는 뇌물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영재센터는 청와대의 관심사라고 해 후원하게 됐다'는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를 후원할 곳을 알아봐달라고 하니 그가 삼성이 후원할 것 같다고 했다'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위 말대로라면 삼성은 청와대의 강요에 마지못해 후원금을 낸 피해자지만, 김 전 차관은 이런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이다. 삼성은 후원금을 강요당한 게 아니라 '뇌물을 줬다'고 본 특검의 판단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씨와 김 사장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뇌물죄보다 직권남용이 (형량이 낮아)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선고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과 같기에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우리 재판부에서 함께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공범인 피고인들을 먼저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범인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진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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