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가습기살균제 보고서 조작' 혐의 2심서 무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7.04.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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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옥시 측에 유리하게 보고서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다수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 유해성 연구 보고서를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하게 써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서울대 교수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비 중 일부인 5600만 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 교수는 집행유예 판결으로 석방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는 28일 수뢰 후 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모 서울대 교수(57)에게 징역 2년 및 벌금 2500만 원, 추징금 12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부정한 금품과 청탁을 받고 옥시 측에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써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서 지켜야 할 준칙을 위배했거나 결론을 도출하면서 판단 재량을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조 교수는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2주, 4주, 13주 등 반복 독성흡입 시험 결과 투여물질(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독성학적 변화로 판단할 차별적 병변이 없었다'고 기재했다"며 "이는 조직병리학자 등의 소견과 동일하고, 실제 실험 결과로 이 같은 소견을 뒤집을만한 아무 자료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 교수가 보고서의 요약란에서 '시험 과정에서 나타나는 체중 감소와 혈액의 생화학적 결과 중 몇몇 유의성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시험물질(가습기 살균제) 흡입에 따른 전신독성 유발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적으면서 추가 실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옥시 측에서 연구용역비 외의 자문료 12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지만 재판부는 조 교수가 실제 자문 용역을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해 이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조 교수가 자문료를 소득으로 신고하고 소득세를 납부한 점 등도 감안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비 일부를 빼돌린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연구비 소유자는 산학협력단인 만큼 조 교수가 연구비를 연구실 기자재 등의 구입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조 교수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지난해 6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선고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너 때문에 죽었다"며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오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2심 선고 과정에서 소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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