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억 범죄' 강만수 前 행장에 징역 7년·벌금 45억 구형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7.04.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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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찰 "강만수 전 행장, 원칙과 절차보다 사적 관계 더 중시…모든 책임 회피"

‘대우조선 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대우조선 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제계 고위 공직자로서의 직위를 이용해 620억원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2)에 대해 검찰이 징역 7년에 45억여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강 전 행장의 결심 공판에서 강 전 행장에 대해 징역 7년, 벌금 45억1000만원에 추징금 1억8600만원, 미화 5000달러를 구형했다.



검찰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행장은 고도의 공공성과 청렴성을 요구함에도 강 전 행장은 이를 망각했다"며 "원칙과 절차보다 사적 친분관계를 더 중시하고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 직원들은 강 전 행장의 지시를 받고 신용등급을 조작해가면서 대출을 실행했다"며 "강 전 행장은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이용해 현안을 해결해줬고,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 해외여행을 다니고 골프를 쳤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강 전 행장은 490억원의 부당 대출을 승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대출을 받아간 업체가 부도가 나 274억원이 손실 처리됐다. 강 전 행장의 사익 추구로 인해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런데도 강 전 행장은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는 반드시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강 전 행장 변호인은 "검찰 측에서 강 전 행장을 거창하게 비난했는데 이례적인 기소였다"며 "강 전 행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을 뿐이다. 강 전 행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사람들 진술의 신빙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강 전 행장도 "지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피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기소가 안 된다'는데 구속까지 당했다"며 "수사받을 때부터 아내에게 '내가 교도소 갈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하던 시절 영향력을 행사해 바이올에탄올 업체 A사가 정부 지원금 66억7000만원을 지급받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전 행장은 A사 대표 김모씨와 '패밀리'라는 모임을 가지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행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7)에게 압력을 넣어 A사에 투자하게 한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남 전 사장은 편법을 동원해 강 전 행장 퇴임 직전까지 44억여원을 A사에 지원했다. 남 전 사장은 자신의 비리를 감춰달라는 청탁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행장은 또 2012년 11월 플랜트설비업체 B사에 시설자금 490억원을 부당 대출해준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사는 산은에서 대출을 거절당하자 원 의원을 찾아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2013년 3월 고 전 사장과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64)을 시켜 국회의원 7명에게 총 384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도 포착했다. 강 전 행장은 "의원 측에는 내가 기부하는 것을 알려주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전 행장은 산은행장 취임 축하금으로 임 전 사장으로부터 1000만원의 뇌물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은 강 전 행장이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교 동창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9)으로부터 현금 1억4500만원과 골프장 회원권을 받고 투자금 명목으로 10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행장은 그 대가로 임 회장이 선박구매자금으로 쓸 620만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남 전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종친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24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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