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부채 듀레이션 확대, 의무 시행 시기 연기 검토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7.04.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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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오는 6월 이후 부채 듀레이션 20년에서 30년으로 단번에 확대도 가능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보험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을 연장해야 하는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부채 듀레이션 연장은 오는 6월부터 2018년말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데 의무 시행 시점을 오는 6월 이후로 늦추는 방안이다. 다만 보험사가 원할 경우 오는 6월부터 부채 듀레이션을 현재 20년에서 30년으로 즉각 연장할 수도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 듀레이션 확대에 따라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이 급락할 수 있다며 의무 시행 시기를 연기해달라는 업계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당초 오는 6월부터 부채 듀레이션을 연내 25년으로, 내년에는 30년으로 의무적으로 확대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의무 시행 시기만 늦출 뿐 보험사가 원하면 오는 6월 이후 부채 듀레이션을 연장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연장하지 않고 한꺼번에 확대해도 된다. 박진해 금융감독원 리스크총괄팀장은 이날 서울 예금보험공사 본사에서 열린 ‘보험리스크 세미나’에서 “해외 본사 기준에 따라 이미 자산 듀레이션을 조정해 놓은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을 빨리 확대하고 싶어 한다”며 “원하는 생보사는 오는 6월 이후 곧바로 부채 듀레이션을 30년으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별로 상황에 맞게 단계적 연장이든 즉시 연장이든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부채의 듀레이션과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로 투자한 채권 등 자산의 듀레이션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면 보험사의 재무구조가 금리 변동에 취약해진다. 시가평가한 부채와 자산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부채 듀레이션과 자산 듀레이션의 차이가 벌어져 위험이 커지는 만큼 보험사에 요구되는 자본량이 증가해 RBC 비율은 급락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생보사와 손해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되면 RBC 비율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국계 생보사는 본사 지침에 따라 종신보험 등 만기가 긴 상품을 많이 팔면서 자산 듀레이션을 이에 맞춰 연장해 부채 듀레이션 확대시 오히려 RBC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네덜란드 ING그룹 계열사였던 ING생명의 경우 부채 듀레이션이 30년으로 길어지면 현재 319%인 RBC 비율이 최대 5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박 팀장은 “업계가 부채 듀레이션 확대를 어려워하면 제도 개선의 의미가 없는 만큼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부채 듀레이션 확대와 함께 금리위험액 산출방식도 바뀌는데 제도 변경 시기가 중복되지 않도록 시행 시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여 달라는 업계의 요청도 받아들여 해외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중 일부에 대해선 국내 SOC와 동일한 위험계수를 적용하기로 했다. 박 팀장은 “신용등급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해외 SOC에 대해서도 낮은 위험계수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로 했다”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도 정부의 유권해석 등을 통해 민간투자사업에 준하는 수익과 안정성이 보장될 경우 국내 SOC 계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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