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뭐 좋아하지 않는다"… 文측의 해명은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7.04.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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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민주당 "'군대 내 동성애'에 반대한 것" 해명에도 인권 단체들 반대 이어져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계단 앞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제 토론회에서 발언한 동성애 반대 입장에 항의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계단 앞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제 토론회에서 발언한 동성애 반대 입장에 항의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노무현 참여정부도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려 했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4차 대선 TV 토론회에서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힌 다음날인 26일. 국회에서 열린 문 후보 지지선언 행사에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 10여명이 문 후보에게 달려들어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전날 JTBC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하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반대하죠"라고 답했다. 답변에 되레 당황한 홍 후보가 '분명히 동성애 반대하는 거냐'고 재차 묻자 "나는 뭐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결론지었다.



문 후보는 인권 운동가들의 항의 시위 이후 동성애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이동했다. 이날 오후 문 후보는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통합화력 격멸훈련’을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났으나 후보 측이 동성애 관련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해 관련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날 답변을 듣지 못한 채 경찰에 연행됐다. 관련 단체들은 성명 등을 통해 "당장 성소수자를 석방하고 문 후보는 혐오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하루 벌어진 해프닝에 대해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는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했다'는 공식 코멘트만을 내놨다.



이날 오전 박광온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후보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군대 내 성폭행'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홍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라는 표현을 썼는데 나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형태로 나타나는 인권침해 형태이기에 그것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박 공보단장은 이날 오후 남인순 선대위 여성본부장이 추가 브리핑을 통해 해명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오후 5시쯤 추가 브리핑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후 문 후보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후보 측은 TV 토론에 앞서 동성애 관련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다.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권 관련 활동을 해 온 구성원들의 경우 "더 이상 문 후보를 인권변호사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다"는 등 반응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 후보가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굉장히 놀랐다"며 "문 후보가 20~30대 지지층이 두터운데, 이들 가운데 인권 문제에 민감한 사람들은 상당히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이날 유세 일정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주당 선대위 성평등본부 관계자는 "문 후보가 그동안 동성애로 인해 차별을 받는 것에는 반대하나 동성혼 법제화, 차별금지법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바 있다"면서도 "다만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와 같은 발언에 대해서는 후보의 의중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공식 채널을 통해 답변을 들어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매우 반인권적인 발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나라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매우 극심한 수준이며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갖는 공적인 지위를 감안할 때 이같은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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