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 '교육공약' 5인5색…文·安 "자사고·외고 폐지 유도"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7.04.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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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유발 대입전형은 축소·폐지" 한 목소리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둔 24일 오후 집배원이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주민센터에서 각 가정에 배달될 선거 공보물을 분류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둔 24일 오후 집배원이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주민센터에서 각 가정에 배달될 선거 공보물을 분류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유·초·중등 교육공약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고교체제 개편을 비롯해 대입전형 간소화, 수능 절대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대입을 모니터링하는 '학부모보호센터' 개설, '1수업 2교사제' 등 이색 공약도 눈길을 끌었다.

◇ 자사고·외고 폐지…文·安 "강제 대신 유도"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영재고)에 대해 심상정·유승민 후보는 폐지 방침을 분명히했다. 26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내놓은 후보별 답변서에 따르면 유 후보는 자사고·외고만을, 심 후보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 대상으로 지목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기보다는 '유도'를 택했다. 문 후보는 선발 시기, 안 후보는 선발 방식을 각각 수정해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문 캠프에서 교육공약 수립을 담당한 장준호 경인교대 교수는 "일반고 입시 전에 자사고가 먼저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제도를 수정해 일반고와 자사고가 동시에 지원자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선지원 후추첨을 통해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선발권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약이 사실상 현행 고교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사교육걱정은 "동시 선발과 선지원 후추첨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일반고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에 대해선 대부분의 후보들이 현행 유지를 택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과학고를 일종의 위탁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제3의 대안을 제시했다. 조영달 교수는 "모든 학생이 일반고에 입학한 후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일부 선정해 교육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사교육 유발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달리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 캠프에서 교육공약을 설계한 황영남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이 반드시 대학 어문계열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면서 "외고나 국제고가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특목고 폐지 반대 의견을 냈다.


대선 D-13 '교육공약' 5인5색…文·安 "자사고·외고 폐지 유도"
◇ 대입 전형 간소화… 安 '수시 축소→현행 유지' 입장 바꿔

대입 전형에 대해서는 대부분 후보들이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전형은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논술전형에 대해서는 유승민·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가 폐지를 강조했다. 특기자전형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축소를 피력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해선 공정성을 강화하되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총선 당시 수시 축소를 당론으로 내세웠던 국민의당 안 후보는 입장을 선회했다. 조영달 교수는 "학종이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장점을 고려, 현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하고 모니터링하는 소비자보호원같은 기관을 대입 분야에서도 신설해 대입에 공정성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학종 지원자들이 제출하는 자료도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 후보측 장준호 교수는 "소논문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폐지해 사교육유발 요소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 변화를 위해 고교 수업이나 평가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5명의 후보 모두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 들을 수 있는 무학년학점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안 후보측 조영달 교수는 "무학년제는 학제 개편과 함께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의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점제 전에 무학년제부터 단계별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주장도 나왔다. 심상정·유승민 후보측은 내년 고 1부터 당장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 후보측 장준호 교수는 "현실적으로 절대평가 도입이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기 위한 이색 정책도 나왔다. 문 후보측은 한 수업에 교사를 늘리는 '1수업 2교사제'로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공약했다. 유승민 후보측은 교사가 수업 전 학습 자료를 학생들이 숙지토록 한 뒤 교실에서는 관련 토론만 하는 '거꾸로 교실' 등의 수업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 "유력후보 개혁의지 소극적"…'탁상공론' 지적도

정책 평가를 시행한 교원·시민단체는 주요 후보의 개혁의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국민 100인 평가단 컨퍼런스를 진행한 사교육걱정은 "고교 수강신청 학점제나 내신 절대평가 등 학교 교육에 의미있는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도 "나쁜 사교육 상품 근절을 위한 공약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좋은교사운동도 "자사고 폐지 등에 있어 문 후보 등 유력후보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공약 사항이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동점자 처리, 대입선발 시 변별력 마련 등 부작용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공약들이 현장을 모르고 내놓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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