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 진짜 '경제검찰'로 거듭나야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7.04.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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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이 높아질 것이다.”

공정위 안팎에서 마주치는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각 후보들이 실행 방법은 다르더라도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권한과 위상을 강화시켜 주겠다는 데 마다할 조직은 없다. 그만큼 조직과 인력, 예산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발 빠르게 이러한 대선정국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확대, 대기업 내부거래 전수조사 추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정 강화 검토 등이 그 예다.

문제는 ‘어떤 칼을 쥐어 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휘두르냐’다. 공정위는 1994년 경제기획원에서 국무총리 산하의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했다.



위상과 권한은 부침은 있었지만 대체로 강화돼 왔다. 특히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은 물론 서민의 일상적 경제생활에 이르기까지 공정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물가를 잡기 위해 나선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과 함께 ‘5대 사정기관’으로 불릴 정도가 됐다.

문제는 ‘기업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경제활동의 기본질서 확립이 아닌,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기업들을 손보는 ‘사정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과정에서 정권에 찍힌 민간기업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공정위 고위 간부의 옷을 벗긴 사실도 그 한 단면이다.

차기 정권에서는 이러한 ‘적폐’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후보는 재벌총수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검찰에 맞먹는 조사권한을 주겠다고 하고, 누구는 인위적으로 독점기업을 쪼갤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겠다고 한다.

이는 차기 권력이 시장에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차기정권의 공정거래정책의 성패는 공정위의 권한과 위상 강화가 아니라 그에 걸맞는 책임과 독립성을 어떻게 부여 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정위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자수첩]공정위 진짜 '경제검찰'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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