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 울리는 동남아 '건강기능식품 관광'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7.04.24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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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 임원인 A씨(49)는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뒤 고민에 빠졌다. A씨는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로 ‘노니’가 주원료라는 식품매장에 들어섰다. 해당 직원은 “아이 아토피에 효능이 있다”며 특정 질병에 효과적이라는 취지로 홍보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제품을 담는 한국인 손님들도 바빠졌다.

노니 원액을 즐겨 마신다는 일부 중견 연예인의 영상과 함께 면역력 증진과 노화예방 등 각종 효능의 홍보도 이어졌다. 해당 직원에게 “의약품인가, 건강기능식품인가, 아니면 일반식품인가”라고 묻자 “사장님께 여쭤보라”며 둘러댔다.



‘묻지마 건기식(건강기능식품) 관광’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사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이다. 유명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일부 중소기업의 건강기능식품사업은 ‘약장사’로 오해받기 일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제품들도 ‘가짜 백수오 논란’ 등 성분 시비나 과대광고 논란 등이 발생하면 매출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A씨는 “현지 판매원 말만 믿고 식품을 구입한 뒤 유사 성분의 건강기능식품으로 불만이 확산될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더 큰 문제는 신약 개발사업이다. 다수의 바이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비 마련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사업을 병행한다.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우선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아 판매한다. 건강기능식품사업 부진이 신약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도 지장을 준다는 설명이다.

신체 부작용 우려도 여전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쓸 수 없는 원료가 동남아 등 현지 보건당국에 인정받는 경우가 숱하다”며 “가이드 소개로 알음알음 판매되는 제품은 이같은 절차를 거쳤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5월초 황금연휴를 맞아 동남아 등 해외로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건강기능식품 유입을 막기 위해 세관에서 소량의 짐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인 가이드와 판매책들이 벌이는 ‘묻지마 건기식 관광’에 대해 돌아볼 때다.
[기자수첩]中企 울리는 동남아 '건강기능식품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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