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군주는 간신을 얻고, 간신은 죽어서 기록을 남긴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4.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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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간신'-그들은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가 / '역사의 경고'-우리 안의 간신 현상

무능한 군주는 간신을 얻고, 간신은 죽어서 기록을 남긴다


"청렴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 없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중국 명말 ·청초를 대표하는 학자 고염무의 말이다. 중국 송나라 학자인 진덕수는 '여섯 가지 종류의 해로운 신하'를 자리만 채우는 '구신'(具臣), 아첨하는 '유신'(諛臣), 간사한 '간신'(奸臣), 남을 모함하는 '참신'(讒臣), 나랏일을 훔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으로 구분했다.

수백 년이 흘렀지만 간신의 득세는 여전하다. 나라가 혼란할 수록 더 그렇다. 얼마 전 탄핵 정국에서도, 5월 장미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지금에도 '간신'과 '적폐'는 날카로운 비수가 돼 연일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고 있다.



'간신'과 '역사의 경고'는 군주의 그림자로 활동하던 간신의 면면을 파헤친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부추겨 국력을 소모시킨 간신 '백비', 어마어마한 부정 축재로 사치를 누린 '채경', 어머니(폐비 윤씨)의 죽음을 빌미로 연산군을 부추겨 선비들을 죽이고 권세를 누린 '임사홍' 등은 수백 년 전 중국과 우리나라 왕조시대를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이다.

특히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왕망'이다. 왕망은 한나라 원제의 황후인 효원황후의 조카로, 평제가 9살에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정치 실무를 장악했다. 대외적으로는 겸손한 도덕군자였지만 실상은 위선과 위장의 달인이었다. 그는 평제의 술에 독약을 타면서 "황제 대신 죽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다"며 눈물 흘렸다. 또 자신에게 직언하는 큰아들 왕우와 종친까지 사형시켰다.



왕망은 겨우 두 살짜리 유자를 황제 자리에 앉히고 '왕망을 황제에 앉혀야 한다'는 여론을 조작했다. 모든 준비가 갖춰졌을 때 온갖 아첨으로 섬기던 황후를 협박해 스스로 천자의 지위에 올랐다. 한서(漢書)를 편찬했던 반고는 왕망을 "겉으로는 인(仁)을 가장하지만 행동은 그릇되다"고 맹비난했다.

'간신'의 저자인 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이미 어떤 간신들은 얼굴을 바꾸고 다시 미사여구로 민심을 현혹하고 있다"며 "왕조 시대에는 간신을 구별하는 눈을 군주에게 요구했지만, 민주시대에는 간신을 구별하는 눈은 시민들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 기억해야 될 사실은 무능한 혼군은 간신을 남기고, 간신은 죽어서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간신=오창익·오항녕 지음. 삼인 펴냄. 284쪽/1만4000원


◇역사의 경고=김영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76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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