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 문항/리얼미터 제공
흔히 여론조사 결과표에는 '지지도 조사'라는 항목뿐 아니라 실제로 뭐라고 질문했는지 문장을 담는다. "귀하는 ○○○ 후보와 □□□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아주 '드라이'한 질문이다. 수식어를 붙이면 "귀하는 청렴한 ○○○ 후보와 부패한 □□□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쯤 된다.
양측 사활을 건 힘겨루기의 쟁점은 여론조사 질문 문항이었다. 당시 정 후보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체, 노 후보는 지지율은 낮지만 상승세였다. 며칠간 진통 끝에 최종 질문은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로 정했다. '경쟁할'이란 수식어가 노무현 후보에겐 신의 한 수였다.
신계륜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와 맞설 '자격'과 '능력'을 강조하는 뉘앙스면 노무현 후보가, 이길 '가능성'을 강조하는 뉘앙스면 정몽준 후보가 각각 다소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회고했다.('내 안의 전쟁과 평화' p.221)
다시 2017년 대선. 국민의당이 '펄쩍 뛴' 여론조사 질문은 이렇다.
△문재인·안철수 가상대결 설문: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 후보 문재인,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연대 단일 후보 안철수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문재인·홍준표 가상대결 설문: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 후보 문재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연대 단일 후보 홍준표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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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내현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은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간 연대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높다"고 했다. 반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다른 조사기관들도 사용하는 가정이고 그럴 연대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도 있는데 국민의당 논리에 의하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법률적, 사실적 오해로 본사의 중립적 여론조사업체로서의 명예마저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여론조사 전화를 받게 되면 질문에 귀 기울여보자. 공직선거법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된 어휘나 문장을 사용해 질문하는 행위, 응답을 강요하거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질문할 경우"는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