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가 거액" vs "대가성 없어"… 이재용 첫 재판 치열한 공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7.04.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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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박상진 전 사장 진술조서 공개… "삼성 일에 고춧가루 뿌릴까 걱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최순실씨(61) 측에 총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첫 재판부터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전직 임원 5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사건은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정유라씨(21) 승마 지원 등을 요청하고, 대통령은 이 요청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날 직접 법정에 나왔다. 이 밖에 양재식 특검보, 윤석렬 수사팀장 등 총 7명이 나왔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송우철 변호사 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8명이 출동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세 번의 단독 면담 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현안들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특검 측은 “면담 전 작성된 대통령 말씀자료에 합병의 배경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라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논란이 되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공동체 여부에 관심이 없다”며 “경제적 이익의 귀속 주체가 공무원이 아니어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이 사건의 실체는 문화융성과 체육발전을 명분으로 한 박 전 대통령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있다고 하는 사업구조 개편 등은 이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하고 지원과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 공소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송 변호사는 “특검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은 가공의 틀을 급조한 것이라 생각된다”며 “얼핏 보면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견해일 뿐, 그것이 논리적으로 모순투성”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실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등은 독대를 한 두 사람만 알 수 있는데, 특검이 근거 없이 공소장에 당시 대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인용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 부회장은 그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인정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사장의 진술조서들이 공개됐다. 조서에 따르면 그는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대통령이 최씨 딸 정유라를 친딸처럼 아낀다’며 총 300억 원의 승마 훈련 지원을 요청했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삼성이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까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5월 박 전 대통령이 에티오피아 순방을 갈 때 내가 삼성을 대표해 수행했는데, 한 포럼에서 나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며 “정씨 승마 훈련을 지원해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최씨를 만났을 때 최씨가 ‘악수는 잘 하셨냐’고 물어 그런 생각이 확실해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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