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로 1000억 번 다이소 '불황속 대박'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7.04.0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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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업익 설립 24년만에 1000억 돌파…'가성비' 전략으로 지난 4년간 106배 성장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서울 성동구에서 월세를 사는 김모씨(35)는 주말마다 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찾는다. 화장지, 세제, 비누 등 일반생활용품은 물론 식료품까지 거의 모든 물품을 다이소에서 해결한다. 김씨는 “소득은 제자리인데 월세, 식비, 교통비 등 생활비만 자꾸 올라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다이소를 이용하고 있다”며 “저가이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판매기업 다이소아성산업(다이소)이 설립 24년 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경기불황 속 일명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이 회사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1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영업이익 10억5600만원을 기록하던 2012년과 비교해 4년 만에 106배 이상 성장한 것. 지난해 매출액은 1조305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4% 증가했다.

이같은 호실적으로 회사 내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19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50억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한 다이소는 같은 해 당기순이익 891억원과 전년 회계연도로부터 이월된 미처분 이익잉여금 1165억원을 더해 모두 1906억원을 확보했다. 이로써 2012년 부채비율 519.7%를 기록하던 다이소는 지난해 113% 수준으로 떨어뜨리며 재무안전성 우려도 일부 씻어냈다.



최근 경기불황 속 이같은 다이소의 선전은 일명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이소는 매장 내 대다수 제품을 5000원 이하 품목들로 채우는 가운데 2000원 이하 제품들을 70~80% 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성비 전략을 취했다.

다이소는 저렴하면서도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 발굴을 위해 50여명의 상품개발팀을 국내외 기업 및 전시회 탐방에 투입하고 있다. 매달 평균 600여개의 신제품을 발굴하는 가운데 품질 관리를 위해 전체 물량을 완성품으로 매입해 각 매장에 공급한다.

특히, 가성비 제품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기 앞서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회사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다이소는 2012년 10월 경기 용인에 연면적 10만㎡(3만2000평) 규모의 남사물류허브센터를 준공했다. 한 때 운영 미숙으로 가동 직후인 2013년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으나, 곧 대량 물량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2014년과 2015년 영업이익 각각 562억원, 842억원을 기록하며 고성장했다.


다이소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어남에 따라, 매장 수도 크게 늘었다. 2012년 850여개 수준이던 다이소 점포 수는 현재 1150여개로 증가했다. 다이소는 201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남사물류허브센터의 1.65배 규모의 '부산허브센터' 조성하고 향후 공급 물량 증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그룹 2세 중심의 회사 지배구조 재편도 단기적으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이다. 한웰은 2014년 다이소 지분 50.02%를 보유한 한일맨파워 지분 전량을 박정부 한웰그룹 회장의 자녀인 박수연 대표 등이 지배하는 에이치원글로벌에 넘겼다. 에이치원글로벌이 다이소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올라서면서, 박 대표가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는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발굴해 선보인 것이 불경기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장 제품 중 50%가 국내 제조기업 제품"이라며 "국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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