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국내 계열사 4년새 30% 감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4.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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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현재 58개사…2013년부터 4년째 줄어
선택과 집중 전략 반영…"또다른 체질개선 시도"

'이재용의 뉴삼성' 국내 계열사 4년새 30% 감소


삼성그룹의 국내 계열사 수가 4년 연속 줄었다. 비핵심 계열사 매각(선택)과 유사사업부문 통합(집중)의 결과다. 양적인 면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2일 머니투데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국내 계열사는 58개사로 1년 만에 4곳 줄었다. 2012년 말 국내 계열사가 81개사였던 데 비하면 4년새 계열사 규모가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41,950원 ▼1,350 -3.12%)) △한덕화학 △에스엔폴 △누리솔루션 △올앳 △정암풍력발전 등 6곳이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HP(휴렛패커드)로의 매각을 앞두고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에서 분사한 에스프린팅솔루션과 삼성화재의 자회사형 대리점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 등 2곳은 계열사로 추가됐다.



계열사에서 제외된 6개사 가운데 한덕화학(반도체용 현상액 제조)과 에스엔폴(생분해수지 제조·판매)은 모회사인 삼성정밀화학이 롯데그룹에 매각되면서 소속 그룹이 바뀐 경우다.

이 부회장은 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2014년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삼성토탈(현 한화토탈)·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211,000원 ▲1,000 +0.48%))·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등 방위산업·화학부문 계열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나머지 화학계열사도 지난해 롯데에 넘겼다.

삼성SDS의 금융 자회사였던 누리솔루션도 지난해 대우정보시스템에 매각됐다. 삼성SDS는 2012년 금융전문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위해 누리솔루션을 인수했다가 다음해 관련사업 철수를 선언, 금융SI 수주 물량이 줄자 누리솔루션 매각을 결정했다.


삼성 계열 지불결제업체였던 올앳도 삼성카드 (37,000원 ▲1,350 +3.79%)삼성물산 (144,500원 0.00%)이 보유지분 60%를 KG이니시스에 매각하면서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정암풍력발전은 강원도 정선군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위해 삼성중공업 (8,760원 ▼300 -3.31%)을 중심으로 한국남부발전, 동성 등이 출자해 설립한 풍력발전업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보유지분 50% 전량을 유니슨에 매각했다.

상호를 바꾼 계열사도 2곳이 있다. 삼성그룹의 대표 교육업체 크레듀는 2015년 11월 삼성SDS 교육콘텐츠사업부문(멀티캠퍼스)을 넘겨받은 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상호를 멀티캠퍼스 (34,600원 ▼200 -0.57%)로 바꿨다. 크레듀 시절 흡수합병한 삼성경제연구소(SERI) 자회사 세리CEO를 포함해 그동안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던 교육서비스 기능을 통합해 국내 대표 HR(인력개발) 서비스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2011년 인수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카'의 한국법인인 콜롬보코리아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으로 이관됐다가 현재 제일패션리테일이라는 상호를 사용 중이다.

삼성그룹의 국내 계열사는 2006년 58개에서 2012년 81개사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 줄곧 확장일로를 달렸다. 이후 2013년 75개사, 2014년 69사, 2015년 62개사로 매년 6~7개사가 줄었다.

삼성 안팎에선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방산·화학부문 알짜 계열사 정리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2014년 이전과 이후의 계열사 감소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어발식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을 선택한 이 부회장의 '뉴삼성'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만 해도 직원 30만명이 넘는 다국적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과거의 일사분란함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1등 삼성에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계열사 매각과 구조개편은 삼성이 시도하는 또 하나의 체질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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