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지금 농담이 나오냐" 만우절 사라진 정가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7.04.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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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조기대선 앞두고 외려 말실수 주의보 발령

 여의도 봄꽃축제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일대에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낮 12시부터 4월10일 낮 12시까지 축제기간에 맞춰 서강대교남단↔국회의사당 뒷길↔여의2교 북단 등 여의서로 약1.7㎞, 순복음교회 앞 주차장 입구↔여의하류IC 등 한강둔치 하부도로 약1.5㎞ 등 구간을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2017.3.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의도 봄꽃축제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일대에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낮 12시부터 4월10일 낮 12시까지 축제기간에 맞춰 서강대교남단↔국회의사당 뒷길↔여의2교 북단 등 여의서로 약1.7㎞, 순복음교회 앞 주차장 입구↔여의하류IC 등 한강둔치 하부도로 약1.5㎞ 등 구간을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2017.3.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순실의 국정농단, 다시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이에 맞서 태극기·성조기가 메운 서울광장,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과 초유의 파면사태, 그리고 구속수감, 조류가 강해 인양이 어렵다더니 불과 며칠만에 물 위로 떠오른 세월호.

만우절(April fool's day) 농담같은 일들이 불과 몇개월만에 숱하게 일어나다보니 정작 만우절에는 아무도 웃을 수가 없다.



4월 1일 만우절. 사방에 봄꽃이 피어나는 즐거움에 버무려 어지간한 농담은 즐겁게 웃어넘기는 날이다. 예년같으면 전날 밤 자정부터 재기발랄한 농담이나 희망을 담은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가 즐거움을 줬을 정가엔 적막만이 가득하다. 대선 후보자나 정치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만우절 농담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정치인들이 가장 뽐내고 싶어하는 덕목 중 하나가 유머감각이다. 만우절은 유머감각을 자랑할 좋은 기회다. 선진국에선 더 두드러진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이 다리를 다쳐 25세 말단직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하겠다고 농담을 하고, 대변인이 다리를 다친 척 절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일화가 유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만우절 농담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우세다. 한 초선의원은 "해마다 4월은 재보궐 등 선거가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고 정치사안이라는건 때를 가리지 않고 늘 존재한다"며 "만우절 농담 한번 했다가 그걸 갖고 꼬투리를 잡힐까 조심들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올해는 특히 조기대선을 앞두고 만우절 농담은커녕 입조심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연이어 말실수로 입길에 오른 터다. 멀게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의 선의 발언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 등이 의도와 다른 해석으로 오해를 낳았다. 또 가깝게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사면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됐다.

안 후보가 거물급 정치인이나 경제사범들의 사면복권에 대해 대통령 마음대로가 아니라 사면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듣고 싶은 사람 귀에는 "박근혜 사면도 가능하다"고 들렸나보다. 민주당 등에 뭇매를 맞았다. 안 후보 측 김경록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적 자체가 없다"고 했다.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제 5년에 한 번 열리는 대선이 5월 초 치러진다. 4월은 한창 대선전에 불이 붙을 때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정치권의 페이크 뉴스와의 전쟁이 매번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5년에 한번은 만우절을 뺏길 판이다. 그나마 내년 만우절엔 국민들도 정치인도 가벼운 농담과 함께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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