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동반위는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올해 첫 회의를 가졌다. 올해 업무계획과 적합업종 재합의 추진계획 등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내용은 부실했다. 정례 브리핑이나 현안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해 동반위 측은 "회의 안건 외에 별도로 공개할 내용이 없어 별도의 브리핑은 하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반면 동반위는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과 관련 어떠한 의견도 밝히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동반위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일례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향해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회의에 들어가면 동반위원장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기업 편을 드는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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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가 침묵하는 배경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참여의지가 약화돼 대·중소기업 상생방안을 마련할 동반위의 추진력이 상실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동반위의 여유(?)는 설치 근거를 배격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올해 만료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56개다.
이중 3년 만료 예정인 예식장업 등 7개 품목은 재연장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49개 품목은 6년(3년 뒤 추가 3년 지정) 만료가 끝난다. 이들 품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소상공인들의 경영과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동반위는 2010년 12월 민관기관으로 출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하며 대화의 물꼬를 터줄 유일한 기관이다. 그동안 동반위 무용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이런 역할론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다.
하지만 변혁의 시기에 역할 없이 침묵하는 것은 위원회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는 일이다. 설치 근거가 되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 관련한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 및 확산하기 위해 동반위를 설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반위에게 존재가치를 증명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