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부터), 이재명,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가 29일 오후 대전시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선출대회'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문 주자는 충청권 경선에서 47.8%득표해 안희정(36.7%)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2017.3.29/뉴스1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충청지역 순회경선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장내의 문 후보 지지자들은 '문재인' 이름 석자를 끝없이 연호했다. 문 후보가 이날 47.8%를 득표하며 36.7%의 현역 충남도지사 안희정 후보를 압도한 결과가 공개된 직후의 일이었다.
이날 충무체육관에는 4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운집해 경선을 지켜봤다. 그 중 절반은 안 후보 지지자들이었다. 충청 경선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안 후보측이었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대세론' 몰이에 나선 문 후보로 결정됐다. 문 후보는 결과가 발표된 후 밝은 표정으로 안 후보, 그리고 이재명·최성 후보와 악수를 나눴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짧은 침묵에 빠졌다. 하루 종일 노란색 머플러를 두르고, 막대풍선을 흔들며 승리를 자신했던 안 후보측이었다. 안 후보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환호성을 보내는 집중력을 보내왔지만 돌아온 결과는 패배였다. 기대에 못미친 개표 결과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15.8% 득표로 선전한 이재명 후보측은 축제 분위기였다. 당초 이 후보측은 충청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예상(15%)을 뛰어넘는 득표율에 크게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지지자들도 서로 얼싸안고 이 후보의 이름을 외치면서 깃발을 흔들었다. 충무체육관에 가장 끝까지 남아 여운을 즐겼던 것도 이 후보측이었다.
이 후보는 "영남과 수도권에서 상당히 득표해 (문재인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투표에 갈 자신이 있다"며 "아무런 조직도, 세력도, 유산도 없이 오로지 국민의 힘으로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지금 광주에서 20%, 충청에서 15%지만 영남에서 그 이상 득표할 것이고, 수도권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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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남 경선의 경우 개표 과정에서 실망한 일부 지지자들이 당을 향해 욕설을 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경선이 진행됐다. 후보들도, 지지자들도 보다 '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문 후보는 정견발표를 할 때 '안희정 팬'을 고려해 "충청은 안희정이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잘 키워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며 "나의 든든한 동지이고 우리 당의 든든한 자산"이라고 덕담을 보냈다. 박수가 흘러나왔다. 안 후보도 "문재인 후보님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문재인 후보님 내가 좋아한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이 후보는 개표가 끝난 이후 문 후보측 지지자들을 찾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문재인 팬'들도 '이재명'을 크게 호명하며 화답했다. 구호는 특정 후보의 이름에서 '민주당'으로 변해갔다. 지난 호남 경선 당시 안 후보의 이름을 3차례 잘못 불러 야유를 받았던 홍재형 당 선관위원장 역시 이날 모두발언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고, 안 후보측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