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번이 네 번째지만 임명권자에 대한 영장청구는 처음이다. 통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이뤄졌기 때문이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뀐 뒤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에 따라 구속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서는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이 자신을 발탁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대선이 5월9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 기소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수사가 혹여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는 탓이다.
그러나 김 총장은 결국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이 이날 "전직 대통령의 신병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김 총장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김 총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총장의 부친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은 1988년 학교 비리와 관련해 재단과 갈등을 빚다 사퇴했다. 당시 영남대 재단 이사장이 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후 부친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기도 해 김 총장이 총장으로 임명됐을 시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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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그러나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진두지휘해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했으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겨 정윤회 문건파문 사건을 지휘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기사를 작성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을 지휘한 것도 김 총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