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불황…창원·거제 부동산 '짙어지는 먹구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7.03.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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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빠져…미분양 급증, 추가 하락 우려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사진=머니투데이 DB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사진=머니투데이 DB


조선·해운업 불황의 그늘이 창원, 거제, 포항 등 경남지역의 산업 거점도시 부동산시장에 짙게 드리웠다. 조선·해운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아파트 매매가가 동반 급락했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까지 빠르게 증가해 추가 가격 하락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조선·해운 불황…창원·거제 부동산 '짙어지는 먹구름'
27일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은 창원 성산구와 거제시다. 전년말 대비 창원 성산구가 1.48%, 거제시가 1.33% 하락했다.
 
포항 북구와 통영, 창원 의창구 등도 올해 아파트 시세 하락률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포항 북구가 0.90%, 통영이 0.60%, 창원 의창구가 0.57% 빠졌다. 하락률 상위 10곳 중 절반이 창원, 포항, 통영에서 나온 셈이다.
 
미분양도 급증했다. 창원시의 주택 미분양 규모는 2015년 12월 44가구에서 올 1월말 현재 3217가구로 73배 불어났다. 경남 전체 미분양 물량 7785가구의 41.3%가 창원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통영시 역시 미분양 규모가 138가구에서 257가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창원·포항·통영 부동산시장의 동반 추락은 조선·해운업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 창원, 포항, 통영 등은 조선소와 해운사가 집중된 동남권 산업벨트의 거점도시들이다. 지역경제의 근간인 조선·해운업이 불황 여파 로 대규모 감원에 돌입하자 인구유출이 늘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했다.



조선·해운업계 추산에 따르면 ‘빅3’ 조선사를 비롯한 조선·해운업계의 1차 감원규모는 2만~3만명에 이른다. 2, 3차 협력업체 인력까지 포함하면 감원규모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재차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감원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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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활황을 등에 업고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된 점도 부담을 키웠다. 창원시와 포항시는 모두 지난달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창원시는 지난해에만 2만1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전년 9636가구의 2배 넘는 물량이다. 창원시는 올해도 1만182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2720가구로 전년(6830가구) 대비 공급이 큰 폭 줄었다. 하지만 올해 다시 6924가구(예정)로 공급이 늘어난다.

창원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조조정 여파로 수요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급이 증가하니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시세보다 낮게 집을 내놔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그나마 남아 있던 투자수요마저 인접한 부산으로 이동했다. 부산은 혁신도시 조성과 도심권 재건축 활기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지역이다. 특히 부산의 집값 오름세는 전국 최고 수준을 달린다. 부산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 들어 0.77% 상승했다. 불안한 창원 등에 투자하기보다 수요가 몰리는 부산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창원 등은 가격과 거래량에 모두 불황 리스크가 반영된 상태”라며 “다만 최근 급락 양상은 구조조정 충격이 일순간 집중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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