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엔 타일? 고정관념 깬 판넬의 도전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7.03.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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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름의 시시콜콜]

타일로 시공한 욕실 참고 이미지/사진제공=이누스바스타일로 시공한 욕실 참고 이미지/사진제공=이누스바스


#주부 이선희(46)씨는 최근 새롭게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 이웃집 구경을 갔다가 처음 보는 욕실 마감재에 마음이 끌렸다. 욕실 벽에 그동안 흔히 봐왔던 타일이 아닌 반들반들한 판넬(패널)이 붙어있었던 것. 타일은 하나하나 이어 붙인 까닭에 줄눈이 보였지만 판넬은 하나의 판으로 연결돼 이음매 없이 매끄러운 표면을 연출해준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타일 벽은 주기적으로 줄눈에 낀 때를 닦아줘야 해 번거로운데 판넬은 줄눈이 없어 그런 수고로움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침 욕실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터라 벽 마감재로 판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욕실 벽과 바닥 마감은 타일'이라는 공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흙으로 빚어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도자기질 타일이 아닌 유리와 탄소섬유를 혼합한 복합 플라스틱(FRP) 소재를 쓴 판넬이 등장하면서다.



판넬은 유지·관리의 수월함, 공사기간 단축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며 타일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욕실 마감재로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판넬은 대형 인테리어 업체 한샘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어느덧 타일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유지·관리의 수월함에 있어 판넬은 타일을 능가한다. 타일은 연속해서 쌓거나 붙이는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음매인 '줄눈'을 매워 주는 작업이 필수다. 그래야 오염 발생의 가능성을 낮출수 있고 미적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베란다 등 바깥 공기에 직접 접하는 곳에 타일이 시공된 경우는 계절과 날씨 변화에 따른 수축, 팽창이 반복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갈라짐 현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문제는 줄눈 시공을 한 자리에 곰팡이나 때가 잘 낀다는 점이다. 항상 습기가 서려있는 화장실은 공간 특성상 더욱 그렇다. 반면 판넬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걱정에서 자유롭다. 줄눈 시공을 하지 않기 때문. 판넬은 이음매가 적어 그 사이로 물때가 끼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욕실 벽 마감을 위해 타일이 판넬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패턴 디자인의 격차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타일은 손으로 직접 표면에 그림을 그려넣었던 초기를 거쳐 실크스크린 방식을 활용해 무늬를 찍어내던 중기로 접어든 후 다시 3차원(3D) 프린터로 높은 품질의 인쇄가 가능해진 현재에 이르는 동안 괄목할 만한 디자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3D프린터가 도입되면서부터는 타일 표면의 굴곡 여부와 상관없이 무슨 패턴이든, 어떤 그림이든, 작은 점 하나까지도 정밀하게 인쇄하고 완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타일업계가 판넬의 등장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점점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신규로 개발, 출시되는 패턴의 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판넬은 경쟁이 되지 않는 것.

타일업계 한 관계자는 "3D프린터로는 무엇이든 정교하게 찍어낼 수 있다. 수요자가 원하는 패턴으로 맞춤형 제작도 가능하다. 시장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타일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판넬이 욕실 마감재 시장에서 타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 상대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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