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떠오르던 날…팽목항엔 간절함이 넘쳤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이동우 기자 2017.03.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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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양 소식에 팽목항 찾은 위문객 발걸음 꾸준히 계속돼…간밤 돌발상황에 현장관계자 '긴장'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낸 지난 23일 진도 팽목항은 미처 봄이 찾아오지 못한 듯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팽목항 난간에 매인 노란 리본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세차게 휘날렸다.

‘남현철, 박영인, 허다윤, 조은화, 고창석, 양승진, 이영숙, 권재근, 권혁규’.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은 여전히 팽목항에 또렷이 적혀 있었다.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떠 올랐지만, 이들 9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가득 한데도 팽목항을 찾는 위문객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위문객들은 난간에 놓인 희생자의 사진과 추모글을 꼼꼼히 살폈다.

한 40대 남성은 세월호가 있는 맹골도 방향의 바다를 한 시간 넘게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위문객의 대부분은 세월호 선체 인양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모두 사연은 다르지만, 생업에 치여 미루고 미루다 3년 만에 팽목항에 오게 된 것이다

부산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팽목항을 찾아 온 이기춘씨(33)는 “오늘 아침에 TV에서 세워호 인양 소식을 보고 부산에서 왔다”며 “막상 직접 와보니 이게 현실이라고 느껴져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승길씨(55) 역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았다.


이씨는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오고 있다가 해남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들르게 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꼭 한 번 와봐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합동분향소. /사진=이동우 기자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합동분향소. /사진=이동우 기자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위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한 50대 여성 위문객은 조의를 표한 뒤 벽에 걸린 희생자들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방명록에는 ‘꼭 돌아오라’는 짧은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팽목항을 찾은 위문객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세월호 선체의 안전한 인양을 기원했다.

팽목항 인근에 거주한다는 진도 주민 박근대씨(68)는 “아까 맹골도 근처에 가서 직접 인양하는 것을 보고 왔는데, 목포신항까지 가는 데는 아직 멀었다”며 “인양이 완전히 잘 마무리 되기 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팽목항을 찾은 고승현씨(35)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어떤 마음일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하루빨리 세월호가 인양 돼서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이날 밤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서는 돌발상황이 발생해, 자칫 인양 자체가 중단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차량과 화물을 배 안으로 들일 수 있게 하는 개폐형 구조물인 램프가 열려 반잠수식 선박 거치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해양수산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과 인양업체가 간밤에 수중용접 작업을 통해 램프를 제거했지만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때문에 추진단 관계자들도 램프 제거작업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 추진단 관계자는 “램프 제거가 안되면 세월호 인양 자체가 불가능 해, 밤새 작업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며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만큼, 소조기 내 인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등대.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내용의 리본이 난간에 묶여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등대.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내용의 리본이 난간에 묶여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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