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사자' 계속…한전 주가 바닥 찍었나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7.03.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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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 발전원가 증가 부담 완화…8년만 해외 시장 진출 기대감도 호재

765kV 신안성변전소는 서해지역 대규모 발전전력을 받아 수도권으로 공급하고 있다. 765kV 전력설비 1개는 345kV 3~4개를 대체한다. /한국전력 제공765kV 신안성변전소는 서해지역 대규모 발전전력을 받아 수도권으로 공급하고 있다. 765kV 전력설비 1개는 345kV 3~4개를 대체한다.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 (21,050원 ▲150 +0.72%) 주가가 외국인 매수세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발전원가 부담이 다소 완화됐고, 해외 시장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전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오후 2시57분 현재 한국전력은 전날보다 3.60% 오른 4만8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이 기간 17% 넘게 상승중이다.



CLSA,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수창구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9일간 외국인이 매수한 물량은 514만주를 넘어섰다.

한전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국제유가와 석탄 가격이 안정화하고, 원화 대비 달러 강세도 연말 이후 누그러지면서 한전의 발전 원재료 수입비용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양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한전의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하락을 지속하다가 지난 2월부터 안정됐다"며 "현재 컨센서스는 실적에 대한 기대치 최하단을 짚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8원에서 전일 1124원으로 하락하면서 최근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2017년 연료비는 16조원 미만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점도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한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PBR(주가순자산비율) 0.36배로, 0.3배에 근접했던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민영화 무산으로 인한 주가하락과 2011년 유가 폭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때와는 현재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 21일 조환익 한전 사장이 일본 도시바가 매각하기로 한 영국 원자력 발전회사 뉴제너레이션(뉴젠)의 지분 인수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해외 성장 가능성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전 고위 관계자가 누젠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젠은 도시바와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 도시바가 대주주가 됐고, 영국 북서부 지역인 무어사이드에 원전 3기 건설을 맡고 있다.

이 사업은 2019년에 착공해 2025년 완공이 목표로, 사업비는 150억파운드(약 21조원)에 달한다. 한전이 뉴젠 지분을 인수하면 자연스럽게 이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의 해외 원전 사업 참여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무어사이드 원전 지분을 40% 인수할 경우에는 35년간 순이익이 연평균 740억원 발생할 수 있다"면서 "오는 5월부터 매년 1기씩 총 4기(5.6GW)의 원전이 가동 예정인 UAE 원전 프로젝트에 지분 18%를 투자할 예정인데, 앞으로 60년간 연평균 순이익이 1690억원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8년까지 국내 사업의 실적 부진과 정책 리스크 등으로 해외 성장을 통한 주가 재평가 여력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 "원전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비 확대 등 환경·안전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 지속되면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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