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재심'…또 공정성 도마 오른 금감원 제재심](https://thumb.mt.co.kr/06/2017/03/2017032008555705398_1.jpg/dims/optimize/)
금감원은 민간위원 확대와 명단 공개 등을 근거로 제재심의 공정성이 높아졌다고 내세우지만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는 제재심의 누적된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위원이 금감원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간위원을 위촉하는 주체가 금감원장이고 안건별 제재심에 참석하는 민간위원도 금감원이 선정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의사 개진이 어려운 구조다.
제재 시행세칙에 따르면 민간위원 자격은 은행, 금융투자, 보험, IT(정보통신), 소비자보호 등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만 갖추면 되는데 현재 활동하는 위원은 변호사가 6명, 교수가 5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다. 교수 중에서도 2명이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다. 업계 전문가는 거의 없고 8명이 법률 전문가다. 사실상 업계 현안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민간위원이 없는 셈이다.
<b>◇미리 결정해 놓고 제재심 뒤에 숨는 금감원</b>=제재심이 제재 결정기구로 작동한다는 점도 문제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제재심은 제재결정권자(금감원장)가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제재 사항을 심의하는 ‘금감원장 자문기구’다. 금감원은 2015년에 제재결정권자가 제재심의 판단을 번복해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재심이 자문기구라는 점을 감독규정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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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자살보험금 제재심에서도 진웅섭 금감원장은 본인이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지 않고 자문기구인 제재심을 다시 여는 쪽을 택했다. 금융기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재 수위를 사실상 제재심이 결정한다면 제재심의 권한과 그 권한의 근거를 분명하게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독규정과 달리 제재심이 자문기구인지, 결정기구인지 불분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금감원이 제재 수위에 대한 의중을 전달하면 제재심이 형식적으로 심의를 진행한 뒤 이를 그대로 수용해 발표하는 방식이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미리 결정을 내려놓고 제재심을 열어 결정한 것처럼 형식만 갖춘다는 지적이다.
<b>◇공정성 높인다더니…유명무실 대심제</b>=제재대상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을 준다는 취지로 2013년에 도입된 대심제가 유명무실해진 점도 문제다. 대심제는 형사소송법의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제재심에 제재대상자와 금감원 검사 담당자가 동석해 제재심의위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제도다. 대심제는 사실관계 다툼이 첨예한 경우 활용하기로 했으나 이번 자살보험금 제재심에서는 운용되지 않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심제로 안건 심의를 하지 않으면 제재대상자들은 퇴장하고 금감원 검사 담당자는 남아 제재대상자의 진술을 반박하고 추가 설명하면서 제재심의위원들을 설득하게 된다”며 “결국 금감원이 원하는 수위로 제재가 결정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 검사 담당자와 제재심의원간 대화 내용은 후에 기록조차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검사 담당자가 ‘제재대상자들의 진술은 다 거짓’이라고 말해도 제재대상자들은 알 길이 없고 반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 제재심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려면 제재심이 자문기구인지, 결정기구인지 성격부터 명확히 하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민간위원 위촉을 금감원이 하다 보니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민간위원들이 독자적으로 안건을 판단하되 금감원은 운영만 도와주는 방식이 자리 잡지 않으면 민간위원들의 거수기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재심에 대심제를 적극 활용해 제재대상자의 방어권을 보호하고 제재 절차를 공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