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소다 공장 팔았더니…4년새 가격 '최대'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7.03.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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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격 1년새 52% 수직상승…업계 1위 한화케미칼 수혜, 13만톤 생산라인 증설키로

가성소다 공장 팔았더니…4년새 가격 '최대'


한화케미칼 (24,850원 ▼1,000 -3.87%)이 지난해 공급과잉 품목이라며 가성소다(CA) 공장을 팔았다가 이달부터 생산라인을 다시 늘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자사 시장점유율 1위인 가성소다 가격이 최근 4년새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자 다시금 시장공략 강화에 나선 것이다.

2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가성소다의 국제가격은 1톤당 441달러로 지난해 1월(1톤당 289달러)보다 52% 급상승했다. 이는 2012년 9월 1톤당 445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세제의 원료나 각종 수처리의 중화제로 쓰이는 가성소다는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다. 국내 업체 중에는 한화케미칼과 LG화학 (355,000원 ▼1,500 -0.42%), 롯데정밀화학 등이 연산 190만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한화케미칼의 가성소다 생산량은 연산 90만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업계 1위다.

가성소다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으로 분류됐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난해 2월 기준 가성소다의 국내 공급량이 연산 210만톤으로 수요량(130만톤)을 80만톤 초과할 만큼 공급과잉이 심각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 가성소다 가격은 지난해 7월까지 1톤당 290달러 안팎에 머물러있기도 했다.



이에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5월 가성소다를 연간 20만톤 생산하는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했다. 설비를 매각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매각금 842억원은 고부가가치 설비에 투자하려는 목적이었다. 유니드는 생산설비 개조 후 비누·유리의 원료인 가성칼륨을 생산할 계획이라 양사가 원하는 바가 맞았다.

하지만 가성소다 가격이 지난해 8월 1톤당 300달러, 12월에 400달러를 넘기고 올해 3월 441달러까지 상승했다.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아시아 최대 가성소다 시장인 중국 업체의 가동률이 떨어져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환경 규제에 나서 폴리염화비닐(PVC) 공장 가동이 제한됨에 따라 PVC 원료인 염소·가성소다 업체의 가동률도 낮아졌다. 반면 가성소다의 주된 수요처인 알루미나(알루미늄의 원료) 산업의 수요는 늘었다.


이에 한화케미칼은 다시 생산설비를 늘렸다. 이달 여수에 13만톤 규모의 가성소다 설비를 신규로 가동했다. 기존의 노후화 된 울산 공장 설비를 팔고 새 설비로 증설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져 원가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결정에는 가격 강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주요 경쟁업체의 가성소다 설비 증설 계획이 없어 공급과잉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가격 강세가 몇 년간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IHS에 따르면 2022년까지 향후 5년간은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대규모 증설 계획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세계 1위 가성소다 업체인 미국의 올린(Olin)이 지난해 노후화된 연산 40만톤 설비를 감축한 상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한화케미칼은 설비 증설 후 연산 90만톤의 가성소다를 생산하며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생산량 기준으로 1년전 가성소다 가격(1톤당 289달러)과 이달 기준 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가성소다 매출이 3371억원에서 4421억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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