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파리만 세번 '꽃보다 부산할매'…땡큐면 다돼요"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3.18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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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맑고맑은(김원희)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

60대에 처음 자유여행을 다녀온 뒤 자유여행에 푹 빠져있는 김원희씨. 그는 블로그에 기재했던 여행기 등을 모아 최근 책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을 펴냈다. /사진제공=봄빛서원60대에 처음 자유여행을 다녀온 뒤 자유여행에 푹 빠져있는 김원희씨. 그는 블로그에 기재했던 여행기 등을 모아 최근 책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을 펴냈다. /사진제공=봄빛서원


"자~들 봐라, 쪽쪽 빤다!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친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샤요 궁전 앞에서 젊은 커플이 정말 진~하게 입을 맞추고 있다. 친구가 멀찍이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촌스럽게 왜 그래? 우리나라에도 많아." 하면서 나도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낸다.(40쪽)

영락없는 옆집 할머니다. 평생 동경해오던 프랑스로 친구와 단둘이 자유여행을 떠난 부산 할매의 솔직한 여행기에 웃음이 깔깔 터진다. '히치하이킹'을 한답시고 1시간 이상 도로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서 있는가 하면, 유통기한을 잘못 알고 치즈를 잔뜩 구입하는 등 좌충우돌하면서 여행을 이어간다.



신간 '할매는 항상 부재중'은 '맑고맑은'이란 필명으로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는 부산 할매, 김원희씨(67)의 자유여행 이야기다. 김씨는 50대 초반 곗돈으로 난생처음 유럽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뒤 허탈한 마음이 들어 자유여행을 시작했다. 책은 자유여행 초반인 2012년의 첫 프랑스 여행기와 2014년, 2016년 다시 방문한 프랑스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60대는 삶의 희노애락을 겪을 만큼 겪은 나이다. 새로운 일보다 추억할 일이 더 많고 도전보다는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나 김씨는 이 공식을 거부한다. 70에 더 가까워진 나이지만 "이제야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김씨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자유여행을 하면 마음이 열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나이는 이제 생각이 틀에 박힌 세대잖아요. 내 것과 남의 것이 확실하게 구분되고 내 것만 채우려고 하고. 그런데 여행을 가서 다른 나라의 삶과 사람을 보니 그들도 결국 우리랑 똑같더라고요. 내 세계에서 벗어나 마음이 열리니까 그동안 얼마나 갇혀 살았는지 깨닫게 됐어요. 여행을 다니면 내 것만 지키려는 아집 같은 게 많이 사라지는것 같아요."

"5년새 파리만 세번 '꽃보다 부산할매'…땡큐면 다돼요"
'60대 여행기'가 흔치 않다 보니 그의 여행기는 자유여행을 꿈꾸는 동년배들에게 가장 친절한 안내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말의 책임감도 느껴 블로그에는 가능한 상세하게 적는다. 책에도 각 장마다 여행 팁을 담았다. 그에게 가장 알리고 싶은 팁 1가지만 소개해달라고 하자 "영어를 못해도 괜찮다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블로그를 보고 (동년배 분들이) 메일이나 쪽지가 많이 오는데 대부분 영어를 못해서 용기를 못 내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안 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언어가 달라도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더라고요. 특정 장소에 같이 있으면 결국 느낌은 통해요. 절대 겁낼 것 없어요."


부산 할매는 벌써 다음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이번엔 러시아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이다.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 중=맑고맑은 지음. 봄빛서원 펴냄. 308쪽/1만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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