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빨간원)을 풀지 못한채 출근하던 모습(좌측)과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불러 1시간30분 넘게 머리손질을 하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해 사고 대응을 지체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대통령(우측) /사진=뉴시스
이날 이 권한대행은 오전 7시50분쯤 헌재에 도착했다. 검정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이 권한대행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수수한 정장 차림의 모습이었지만 뒷머리에는 헤어롤 2개가 붙어있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요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손질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데다 탄핵심판에 대해 많은 고심과 집중, 긴장을 해 헤어롤을 한 것조차 잊은 것으로 보였기에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그만큼 '열심히 일한 증거'라는 것.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1월 31일 이후 권한대행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은 총 20차례 변론 동안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하면서도 칼 같은 빠른 진행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 주문을 읽어내려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풀지 못한채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불러 1시간30분 넘게 머리손질을 하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해 사고 대응을 지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지시를 내린 뒤였고 소요된 시간도 20여분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 입문하며 지지자들에게 모친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육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머리모양을 연출해왔다. 여러개의 실핀을 사용해 흐트러짐없이 고정시켜야 하는 올림머리는 혼자 손질하기도 어렵고 손질하는 데 장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미용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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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질된 머리가 눈에 띈다./사진=뉴스1
하나의 머리모양을 고수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머리손질에 의미를 두는 것은 정치인이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직무에 집중하다가 머리 손질을 잊는 것이 진짜 공직자의 모습이라는 것. 박 전 대통령은 일명 '육영수 여사 머리'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누려왔으나 이제는 그 이미지가 불명예로 남게 됐다.